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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가족 ㅣ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4
김하율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004
「어쩌다 가족」, 「마더메이킹」, 「피도 눈물도 없이」, 「바통」, 「판다가 부러워」, 「가족의 발견」, 「그녀의 이름을 보았다」.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소설집이다. 살짝 유쾌한 면도 없지 않지만, 곰곰히 생각하면 참 씁쓸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어쩌다 가족」에서 나오는 가족은 참 묘하다. "정리를 하자면 이유정씨와 최성태씨는 부부였다가 이혼 한 후 이유정씨는 빅토르씨와, 최성태씨는 루드밀다씨와 재혼을 하셨네요. 그리고 빅토르씨와 루드밀다씨도 원래는 부부였는데 이혼하고 재혼한거고요. 두 부부가 서로 상대방과 재혼한 셈이군요."(p.8) 어찌되었길래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 더군다나 두 부부는 함께 산다. 뭐 이런 경우가 있나 하면서 이야기를 읽어봤는데, 지금 이 사회를 제대로 풍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세상 돈을 아끼고 모으면 집을 살수가 있을까. 유정과 성태는 사내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 결혼초부터 무리를 해서 집이라도 사둘걸, 게다가 신혼부부를 위한 특별공급 아파트는 7년차 부부까지란다. 두 사람은 이제 결혼한지 7년하고 막 한달을 넘어섰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우크라이나에서 사기 이민을 온 빅토르와 루드밀다와 은밀한 거래이다. 그래서 조사관을 속여야만 한다. 과연 그들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그들의 악전고투가 글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유쾌해 보이지만 씁쓸한 뒷맛은 어쩌나 싶다.
또한 「판다가 부러워」도 마찬가지다. 최악의 전세대란이다. 퇴근하자마자 헐레벌떡 뛰어왔어도 벌써 누군가 선수를 친다. 전셋집을 보기 위해 줄을 서던 기사를 본적이 있다. 참 이렇게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주거공간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다니 말이다. 하지만 읽어나가다 보면 더 가관이다. 집에서 도망나갔던 고양이는 임신을 하고 돌아와서 새끼 4마리를 낳았다. 졸지에 반려묘 다섯마리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인공수정까지 실패로 임신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극적으로 전세 계약이 성사되었다. 하지만 계약서 말미에 있는 조항 "육아금지", 그리고 "애완 동물 사육금지". 그런데, 이삿날 부동산 안에 퍼지는 짜장면 냄새와 함께 번지는 돼지기름 냄새로 헛구역질이 났다. 설레이는 남편의 눈빛과 날카로운 집주인의 눈빛 어떻게 해야 하나.
참 웃을수도 울수도 없는 이야기들. 그리고 남보다 못한 가족 이야기. 그나마 발랄하고 유쾌한 저자의 필력이 아니었다면 우울할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