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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잊어야 하는 밤
진현석 지음 / 반석출판사 / 2021년 7월
평점 :
책을 넘기기에 앞서 우리는 우리의 기억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변질될 수 있는지 충분한 가능성을 열고 시작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빈틈없이 정확한 기억을 가졌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충분히 불완전하기에 어떠한 확신도 섣불리 해서는 안됩니다.(p.4,5)
정말로 빈틈없이 정확한 기억을 가진 이들이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극소수의 사람이 그럴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어떠한 일을 기억할 때 주관적인 생각이 결부되기 때문에 기억은 왜곡되고 변질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여수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성균, 대학생 성찬, 형사 강철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진행되어 간다. 성균은 늦은밤 서울로 가자는 손님을 태운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몸이 좋지 않아 하는 손님을 위해 119에 연락을 한다. 하지만 손님은 여수의 한 정육점으로 구급대를 보내고, 서울로 서둘러 가자고 한다. 서울에 도착한 후, 손님이 죽어있는 것을 확인한 성균은 난감할 따름이다.
대학생 성찬은 시험이 끝나고 친구 누나가 운영하는 고깃집으로 향한다. 은근 누나를 맘에 두고 있다. 술이 얼큰하게 취해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택시를 잡아 타려 했지만, 쌩하고 지나가는 여수 택시뿐이다. 그런데, 택시가 지나간 자리에 물이 흐른 것 같은 자국을 발견하게 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원들은 환자를 찾을 수 없었고, 뭔가 싸늘한 기분이 드는 형사 강철은 악취가 풍겨나오는 골목길로 향하게 된다.
서로 다른 상황에 놓인 세가지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이 되어 가면서 과연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며 책을 손에서 놓치 못하게 된다. 점차 이야기가 접점에 이르게 되고 기억들이 재구성되면서 어떤 것이 진실이고 , 어떤 것이 정확한 기억인지 파악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 된다. 간혹 이렇게 등장인물들이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면서 같은 일에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거나, 시간대가 달라서 비로소 진실을 알고 놀라움을 느끼는 이야기들을 볼 수가 있다. 이 이야기는 읽어나가면서 어디선가 만날꺼야, 시간의 흐름은 이게 맞을꺼야 하면서 추측을 하다가 그야말로 뒷통수 한대 얻어 맞는 결말에 이른다. 이런 뒷통수는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데 필수사항이 아닐까 싶다. 엄청나게 빠른 가독성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