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주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박해로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호러의 정점에 깃발을 꽂았다!

이 책의 결말에 도착했을때, 책 표지의 이 말에 깊은 공감을 했다. 작가님 다음 작품 어쩌실려구 이렇게 이 책에 혼신의 힘을 불어 넣으셨을까. 이 책이 <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살>의 속편격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우선 전작부터 읽어보았다. 물론, 이 < 섭주 >만 읽어도 내용상의 큰 문제는 없지만, 결말에 도달했을 때 내게 몰아친 감정은 당연히 전작들을 읽었기에 가능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우연하게 < 올빼미 눈의 여자 >를 읽었을 때는 마지막에는 좀 황당한 전개가 아니었을까, 약간의 판타지 같은 류일까 생각했는데, 이제사 생각해보면 나의 오판이었던 것 같다. < 신을 받으라 >, <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살 >에서도 마찬가지로 작가는 가장 한국적인 공포소설을 구현해냈다고 여겨진다. 더군다나 전작들에서는 독자들에게 공포를 전해주는 무속인들과 신(?)들은 악이라 여겨졌고, 결국에는 굴복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 여겨졌기에 여운이 남는 결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 섭주 >에서는 전작을 다 아우르는 결말을 선사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이 책은 그야말로 호러의 정점에 깃발을 꽂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섭주는 예기치 못한 공포로 사람들을 노릴 것이다(p.459)"라는 말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분명 섭주에서 벌어지는 다른 이야기를 선뵈어 주실거라 벌써부터 기대가 되니 말이다.


5년만에 출소한 최영우는 경북 다흥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서 당장 일할수가 없었고, 수중에 돈이 없었던 최영우는 다흥 외곽의 흉가와 다름없는 곳에서 머물게 된다. 우연스레 상갓집에 조의금을 손에 넣은 그는 흉가에 돈을 감추게 된다. 그 후, 그는 고열에 시달리며 소머리를 한 이의 환영에 시달리며, 섭주로 가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섭주초등학교 교사인 서경은 폐쇄적이고 은둔적이며 사교에도 자신감이 없어서 동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서경은 붕평마을에 가면 친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꿈속의 미지의 목소리를 듣고 그곳으로 향한다. 마을의 제선정이라는 정자에서 오래된 방울과 청동거울을 발견하고 그것에 손이 닿자 그녀에게는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한다. 고열에 시달린 후 서경은 다른 사람으로 변한듯 보였고, 섭주에는 자주 뱀이 출몰하면서 사람들이 실종되기 시작한다.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묘미는 박해로의 작가가 만들어 놓은 그만의 스토리 세계(?)라고 할수 있다. 사실 이런면에서 나는 마이클 코넬리를 아주 좋아한다. 코넬리는 해리보슈라는 형사를 주축으로 이야기를 시리즈로 연달아 발표하면서 그 속에 다른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 나가며 "코넬리 월드"를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참 매력적인 작가이다. 요즘에도 한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 나가는 작가들이 많이 있지만, 코넬리 만큼은 아니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이 < 섭주 >는 그런면에서 엄지를 계속 치켜들 정도로 아주 탁월하다. 아마도 저자의 전작들을 읽어본 사람들은 다 똑같이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그동안 다른 소설에 등장했던 다흥과 섭주뿐만이 아니라 "2000년대 초반에 올빼미 눈을 가진 무녀의 후예가 한기성이란 청년에게 어떤 의도를 행사하기 위해 동행을 제안한 곳도 바로 이곳, 제선정이었다(p.54)"라며 < 올빼미 눈의 여자 >를 언급한 부분이나, 『통학산 무속신화』속 < 신을 받으라 >의 「돌아래 마을 비화」나, 불의 이야기를 쫓아갔던 옛일을 회상할때 < 피할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살 >에 안미영을 떠올리기 적당했고(그녀가 등장한다), 또 함께 등장했던 종환의 조카가 이 책에 나오는 차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의 그 재미를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 < 섭주 > 하나만으로도 충분하게 재미와 흥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재미를 더 하려면 저자의 다른 책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책을 덮는 순간 느낄수 있을 것이다. " 이것이 박해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