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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으면 ㅣ 트리플 5
장진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6월
평점 :
자음과 모음 '트리플' 시리즈 다섯번째
요즘엔 만사가 귀찮다. 때에 맞추어 옷입는 것도 악세사리 챙기는 것고.. 그래서 요즘에는 백팩을 메고 다니는게 젤루 편하다. 외출하면서도 그냥 나가는게 아니라 책은 꼭 챙겨 다니니 가방속에 책은 기본이다. 어쩌다 조금밖에 안 남았으면, 한권은 더 기본으로 담고 나가니 가방끈이 성할날이 없다. 그래서, 한번도 난 손바닥만한 백을 들은적이 없다. 갖고 다녀야할 게 너무나도 많아서, 아마도 요런 책이라면 내 가방이 좀 작아져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다. 이것도 금방 읽는다고 서너권 챙겨서 다닐래나..
트리플 시리즈의 다섯번째 이야기이다. 트리플 시리즈를 이제서야 2권째 만나고 있지만, 이번책도 역시 맘에 들었다. 아무래도 이제는 트리플 시리즈는 믿고 본다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다. 이 책에는 「곤희」, 「마음만 먹으면」, 「새끼돼지」 3편이 단편과 에세이 한편이 담겨져 있다. 단편이 약한편이라 「곤희」와 「마음만 먹으면」은 뒷쪽의 해설을 보고 조금은 이해가 되는듯 싶다.
제일 눈길을 끄는건 세번째 이야기 「새끼돼지」인데, 주인공인 '나'에게 이제는 거의 연을 끊다시피한 고종 사촌오빠의 부인인 호아가 전화를 해온다. 베트남 이주여성인 호아는 화자의 사촌형부의 횡포때문에 남편과 아이를 데리고 베트남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부자의 체류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먼저 들어가려고 하니 잠시만 아들 하엘이를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남편과 상의해보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지만 별로 그런 생각은 없었다. 며칠 뒤 남편의 입에서 호아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연이 끊어진 고모네 가족이라 남편에게도 함구했던 호아를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그러면서 하엘을 잠시 맡게 되었다. 딸아이와 남편은 하엘에게 매우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하엘은 누군가의 미움을 사지 않기 위해 아예 제 존재감을 지운다는 인상을 받았고, 무릇 무덤덤하게 전하는 말로 시터와 남편을 오해하게 만든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하엘과 호아 그리고 장애가 있는 사촌오빠의 가정에 불행한 기운은 딱하긴 하다. 하지만 화자가 보여준 이만큼의 배려만 적당하다고 한다면 내가 너무 매정한 것일까. 아마도 하엘이 괜시리 던진 말이나 연락이 없는 호아를 볼때면 아무리 완전한 타인은 아닐지라도 너무하는 처사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삶의 미세한 균열은 어떻게 증폭되는가. 장진영의 소설은 그 위험한 순간들을 불투명하게 감추듯 드러낸다. 그 불투명함이 오히려 이 인물들을 투명하게 반사한다는 것은 이상하고도 매혹적인 일이다.(p.125) 해설글을 읽어보니 또 그런것도 같다. 짧은 단편이니 이 사실을 염두해두고 다시한번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