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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죽일 놈의 바카라
오현지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5월
평점 :
도박은 나와는 천성적으로 거리가 멀다. 내가 뭐 도덕적이거나 노름을 싫어한다기 보다는, 우선 돈을 걸고 하는 것은 심장이 떨려서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세상과 작별할지도 모른다. 이 소설을 읽다보니 취미(?)생활로 하더라도, 큰돈이 오고가며 천당과 지옥을 오고가는데 도무지 나는 견뎌낼만한 상황은 아닌것 같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의 이유를 들자면, 나는 포커페이스가 안된다는 것이다. 내 감정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니, 건전한 게임일지라도 함께 하는 사람들은 내 속내를 알아채기 때문에 시드는 다 털리고 파산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저 나는 대리만족만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야할 것 같다.
은지는 남자친구 윤석과 마카오 여행에서 처음 바카라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매력에 홀딱 빠져들고 말았다. 처음에는 윤석의 돈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라 그리 부담은 없었지만 그래도 거액의 돈을 잃고 나니 윤석과 헤어지고 새로운 자신만의 게임이 시작되게 되었다.
한때 드라마도 인해서 겜블러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잘해야 본전 아닐까 싶다. 돈과 관련된 것에서 얽굴 붉히지 않는 법은 없어보인다. 은지도 윤석과 헤어지고, 결혼도 실패하고 난후, 도박으로 생활을 하게 된다. 지금 내 수중에 있는 돈이라고 해도 내일 게임에서 잃으면 없어지는 것, 그래서 그런지 그다지 돈에 대한 중요성도 모르는 것 같다.
소설속에 나오는 용사장이라는 인물이 가장 겜블러로서 이상적인 사람이 아닐까 싶다. 물론 가진 재산이 많아서인지도 모르지만 그는 카지노에서 자신만의 룰이 있다. 정해진 시간마다 휴식을 취하고, 식사하고, 자신이 정한 금액까지 따게 되면 서슴없이 게임을 마치는 것. 그리고 가진 돈을 잃어도 더이상의 충전없이 그대로 게임을 마치는 것. 아마도 이런 규칙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만이 도박을 즐길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도박으로 인해 말로가 좋지 않은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이 소설은 꽤 카지노의 분위기라든지 바카라 게임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나처럼 도박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도 - 여전히 바카라 규칙은 모르겠지만 - 게임장의 분위기를 느낄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바카라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야말로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나는 내가 좋아하는 책이나 읽으며 살짝 살짝 분위기만 맛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