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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에 꽤 진심입니다
홍유진 지음 / 깊은나무 / 2021년 5월
평점 :
나도 길고양이에 꽤 진심이다. 아니, 그냥 "꽤"는 아니고 그냥 진심이다. 나는 길고양이들을 사랑하지만 저자만큼 아이들을 구하려 다니지도 않는것 같다. 그냥 난 길고양이들 친구일뿐이다. 가끔 밥한끼 사주는 친구라고 할까. 많은 고양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나라는 특히나 고양이들에게 인색한것 같다. 다른 나라의 고양이들은 당당하게 길을 걷지만, 우리나라 길고양이들은 꼬리를 내리고, 사람들을 피해 다니기도 한다. 그리고 "도둑"고양이라는 오명을 쓰고 살아간다. 밥은 내가 사서 대접하는데 훔쳐 먹는것도 아닌데 왜 "도둑"이라는 이름을 달고 살아야 할까. 참 억울하겠다.
이 책에는 10마리 고양이들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딸린 식구들까지 합하면 더 많겠지만 말이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는 고양이들을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특히나 '시도'라는 고양이가 맘에 든다. 가지말라고 애타게 부르면 얼음이 돼서 그 자리에 멈춰선다. 괜찮으니 움직이라고 할때까지 말이다. 스크래처에서 밥그릇을 둔 바닥으로 내려오려고 두 발을 내리다가 기다리라고 하면 불편한 그 자세 그래도 얼음이 된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들도 이러지는 않을텐데 말이다. 너무 눈치를 봐서 그러나. 그런거 보면 인간들보다 고양이가 더 눈치를 잘 챙기는것 같다.
저자는 길고양이를 아끼는 사람들에게서도, 끝까지 돌보겠다는 결심이 없으면 밥을 주지 말라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길위에서 3년을 채 못살고 그동안에도 늘 굶주림에 시달리는 길고양이에게, 일시적이나마 건네는 작은 한끼는 그 생명이 또 한순간을 넘길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한 힘이 될것이라 믿는다고 한다. 나도 몇년간 길고양이 친구들에게 밥을 주다가 그만두려고 했는데, 밥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또다시 사료를 주문하곤한다. 사실 나는 아무것도 해주는게 없다. 그저 길위에서 만나는 고양이들에게 눈인사 한번 건네고, 밥그릇을 채워주는 것밖에는.. 그래도 가끔 만나면 반갑다고 꼬리를 치켜 세우거나, 발라당을 선뵈어 주면 스르륵 녹는 그 기분을 남들은 알려나.
몸을 낮추고 진심을 담아 눈을 맞추는 순간, 우리는 길고양이와 친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