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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 2021 개정판
김훈 지음 / 푸른숲 / 2021년 4월
평점 :
진돗개 보리의 시선으로 바라 본 세상 이야기.
보리는 태어나보니 진돗개였고, 수놈이었다. 엄마는 다섯마리의 강아지를 낳았다. 엄마와 살고 있는 이 곳은 강물을 막는 댐 공사가 거의 마무리 되었고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곳에 살고 있던 모든 생명들은 인제 떠나야 한다. 주인 할아버지는 그 분풀이를 엄마에게 해댔다. 아직 어느 곳에는 생명에 관한 인식이 이럴지 모르겠지만 참 안타깝다. 사람들은 이 마을을 떠나기 위해서 키우던 개들을 개장수에게 판다. 그저 어디서나 주인만 바라보는 강아지들한테 너무나도 무심한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보리는 이게 다 눈치가 없어서란다.
사람들은 대체로 눈치가 모자란다. 사람들에게 개의 눈치를 봐달라는 말이 아니다. 사람들끼리의 눈치라도 잘 살피라는 말이다. 남의 눈치 전혀 보지 않고 남이야 어찌 되건 제멋대로 하는 사람들, 이런 눈치 없고 막가는 사람이 잘난 사람 대접을 받고 또 이런 사람들이 소신 있는 사람이라고 칭찬받는 소리를 들으면 개들은 웃는다. 그야말로 개수작이다. 사람들 험담에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라는 말이 바로 이거다.(p.34)
마을을 떠나던 날 엄마와 막내는 개장수에 팔려갔고, 형제 둘은 공사장 인부들에게 끌려갔고, 보리는 주인 할머니의 작은 아들을 새 주인으로 서해안의 바닷가 마을로 가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원래 2005년에 발표되었던 소설이다. 다시 개정판을 내면서 이야기의 뼈대는 유지하면서 내용의 상당부분을 손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개정전의 이야기는 어떨까 궁금해진다. 보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강아지들에게 정겹다가도 또 모질기도 한 것만 같다. 개들이 이사 가는 주인을 따라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주인이 이사 가기 전에 개들은 어디론지 사라진다. 주인이 개를 팔거나 버리고 간다. 개장수가 마을에 들어오면 떠나갈 사람들은 개를 끌고 공터로 나온다. 개장수들이 커다란 앉은 뱅이 저울에 개 몸무게를...(p.216).. 이 부분을 읽어나가면서 좀 마음이 아팠다. 개 몸무게를 잰다는 것이 짐작이 가는 바가 있었다.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절에는 참으로 재밌기도 하고, 주인과 함께 하고 싶어하는 보리의 마음을 느끼겠다. 그것이 비단 이 이야기 속 보리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세상의 모든 보리들이 같은 맘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항상 개들의 마음은 해바라기만 같다. 가끔 동물농장에서의 유기견들의 이야기를 볼 때 그런 생각이 든다. 버리고 간 주인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개들을 보면 도대체 사람들은 그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마지막까지 거두지 못하는 사람들은 참 안타깝지만 그래도 보리는 꿋꿋이 살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