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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여행한 식물들
카티아 아스타피에프 지음, 권지현 옮김 / 돌배나무 / 2021년 3월
평점 :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문익점이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산업스파이(?)라면 이 분 아닐까. 안타깝게도 이 책에는 그 이야기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세계를 여행하는 식물들에게는 스파이의 몫이 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행하기 좋아하는(?) 식물들은 차나무, 해안딸기, 록키모란, 화기삼, 파라고무나무, 담배, 악타니디아 키넨시스, 약용 대황, 자이언트 라플레시아, 세쿼이아이다.
이 중 눈길을 끄는 이야기는 바로 딸기이다. 딸기는 사람들이 매우 좋아하는 과일중 하나이다. 그런데 딸가는 헛열매로 분류한다. 사실, 아이들에게 참열매, 헛열매를 가르치면서도 딸기가 왜 헛열매로 분류되는지를 몰랐다. 씨방이 자라서 과육이 되는 참열매(감, 복숭아)와는 달리 씨방 외의 다른 부분이 자라서 과육이 되는 부분을 헛열매라고 하는데, 바로 이 딸기는 꽃턱이 비대해져 과육부분을 이루는 과일이라는 것이다. 딸기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된 것 같다. 당시 유럽의 딸기는 모양이 작고 맛은 있었나보다. 하지만 칠레에 도착한 프랑스 탐험가 프레지에게 발견된 칠레딸기는 호두만큼이나 크기가 컸지만 맛은 좀 덜했다. 하지만 그는 딸기나무를 몇 그루 챙겨 프랑스로 귀국했다. 그러나 아뿔사, 프레지에가 정성들여 튼튼한 나무를 골랐는데 암나무만 고른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칠레딸기는 버지니아 딸기와 교배되었고, 우리가 흔히 먹는 양딸기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다행스레, 크기가 크고 맛난 딸기의 탄생이 아닐 수 없었다. 이들 스파이(?)들의 역할이 아니었다면 칠레딸기의 여행은 있을수도 없었고, 우리는 봄마다 갖가지 딸기가 들어간 음식들을 맛볼수 없었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키다리를 자처하는 세쿼이아 중에서 알비노 세쿼이아이야기가 내 흥미를 자극했다. 식물들이라면 녹색잎을 자랑하며 광합성을 해야 할 텐데 "알비노(백색증)" 나무라니. 이 알비노 세쿼이아들은 중금속의 흡수가 그 원인이라고 한다. 중금속이 광합성을 방해했을 테고 푸른 잎을 가진 세쿼이아는 죽을수 밖에 없다. 따라서 알비노 세쿼이아는 주변의 푸른 세쿼이야들과 공생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일부 과학자들은 말한다고 한다. 그리고 워낙에 키가 크다보니 이 세쿼이아는 잎으로 많은 양의 물을 흡수한다는데, 꽤 멋있을것 같다. 이 책에 소개된 식물들 중에서 가장 보고 싶은 것이 이 세쿼이야 숲이다. 아무래도 버킷리스트에 이 친구를 만나볼 계획을 하나 추가해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