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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ㅣ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울리히 알렉산더 보슈비츠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1년 3월
평점 :
1915년 독일 베를린에서, 유대인 사업가인 아버지와 정치인 집안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보슈비츠는, 1935년 유대인의 재산을 몰수하는 뉘른베르크 법을 제정하자 가족과 함께 국경을 넘었다고 한다. 1938년 11월 독일에서 대규모의 유대인 박해사건인 '수정의 밤'이 벌어졌고, 이 소식을 들은 그는 4주만에 이를 바탕으로 한 두번째 소설 < 여행자 >를 펴냈다고 한다. 작가 소개를 읽다보면 이 소설의 주인공인 오토 질더만은 꼭 그의 생을 투영한 것만 같다.
"수정의 밤"이라는 이름은 1938년 11월 9일, 거리에 어지러이 흩어진 수정(깨진 유리 파편을 지칭)더미에서 유래했다. 1만 2,000여명에 달하는 폴란드계 유대인이 독일에서 폴란드로 강제 이송된 것에 대해 그린슈판은 항의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분노하여 독일 외교관 폼 라트는 저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히틀러는 대신에 설명을 발표한 요제프 괴벨스는 히틀러가 시위는 허가하지 않지만, 자연발생적인 분노의 표출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유대인 사회에 대한 전국적인 광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네이버 지식백과)
리뷰를 올리면서 "수정의 밤"에 대해서 찾아봤다. 그래서 갑작스레 유대인들에 대한 공격도 시작되었고, 소설 중간에 나오는 평생을 가꾼 터전에 폭도들의 난입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업파트너의 배신으로 자신이 일군 회사의 절반을 가까스로 챙겨서 도망자의 신세가 되어버린 질더만, 거액의 현금을 가지고 국경을 넘을 수도 없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핍박을 받아도 경찰서에서도 고소 또한 받아주지 않는 현실이 되어버린 그는 기차를 타고 목적지도 없는 여행자가 되어 버렸다. 과연 그가 가야하는 곳은, 갈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얼마전에 읽은 < 아메리칸 더트 >라는 이야기도 생각이 났다. 다만 다른 점은 < 아메리칸 더트 >의 모자는 목적지를 향해 나갈수 있었지만, 질더만은 행선지 조차 주어지지 않은채, 과연 앞으로 어찌해야하나라는 힘든 여정이 놓여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이 소설을 더욱더 공감할 수 있었던 까닭은 저자 보슈비츠가 그 시대를 살면서 겪은 자전적인 요소가 무척 많이 포함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질더만이 유대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탄압을 받듯, 현재 코로나 사태로 인해, 아시아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것과 그 모습이 닮았다. 여전히 이렇게 오버랩되는 이야기들이 많은 것을 보니, 예나 지금이나 세상은 변한것이 없는 것 같다. 사회의 어느 곳을 보더라도 강자가 존재하면 또 그에 반해 약자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그리고 강자는 언제까지나 강자로 군림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러한 핍박들은 아마도 인간의 내면에 숨어 있는 우월감, 자만심이라는 것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조금더 세상을 그리고 타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겸손함을 좀 더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 또 세상이 역전되어 오늘은 내가 여행자가 되지 말란 법은 없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