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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인
김민현 지음 / 스윙테일 / 2021년 2월
평점 :
주현은 죽었다. 자신을 데리러 온 저승사자인 우진은 "자연사 아닐까. 이 정도면 호상이네."라고는 했지만.... 주현은 토막 살해되었다. 아마도 현실을 인정하지 못해서 악귀가 될 여지가 농후해서 우진은 능글맞게 아무일도 아니라는듯 그를 저승으로 인도하려고 하나보다. 누가 봐도 지극히 정상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주현은 기억에는 남아 있지만 자신은 살해 당한게 맞고 이렇게 죽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을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야했다.
이 < 경계인 >이라는 책에서는 흥미롭게 저승과 이승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내가 기억하는 저승사자는 그 옛날 "전설의 고향"에서나 보던 검은 갓에 검은 도폿자락을 걸친 다소 눈이 퀭했던 모습이다. 아마도 세월이 지나서 저승도 최첨단으로 바뀐것일까. 이 소설에서 저승의 모습은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저승이라고 하면 괜히 지옥이라는 생각이 떠오르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그냥 죽은 사람들이 또 다른 세계를 형성하면 살아가는 그런 모습일것 같다는 상상을 하게 해준다.
뜻하지 않게 죽음을 맞이한 주현은 우진의 도움으로 이승에 7일동안 머물수 있게 되었다. 다만,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서서 이쪽도 저쪽도 속하지 않는 이의 감시를 받아야 했다. 그가 바로 흡혈귀인 성민이다. 그와 함께 자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범인을 찾아야 한다.
주현이 자신의 죽음의 진실에 한걸음 한걸음 다가갈때마다 정말로 세상이 이 이야기대로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곳에서도 억울한 죽음들이 많다. 이유도 범인도 모르는 그런 억울한 죽음들과 남겨진 가족들에게 주현이처럼 사건의 전말을 밝힐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수만 있다면.. 물론 죽음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손해를 입은 것이지만 그래도 누군가에 의해 어떤 이유에 의해, 게다가 범인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는다면 떠나는 입장에서도 편안하지 않을까.
다소 토막살인이라는 것은 좀 으스스한 감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범인을 쫒는 7일간의 기록은 엄청 몰입하면서 읽었다. 이승을 떠나는 사람들의(물론 범죄에 얽히지 않은 이들) 마지막 여행처럼 평소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할수 있게 주어지는 시간이나, 불법적인 것이 포함되지 않은 순수한 자신의 노력으로 일군 재산들로 저승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설정이 너무나도 좋았다. 정말로 저승의 모습은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