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파올로 코녜티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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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는 임신 7개월이었다. 상당한 출혈을 하며 청색증의 자그마한 아기가 태어났다. 산모가 임신중에 먹지 말아야 할 궤양 약을 몰래 먹었다. 그렇게 소피아가 세상과 만나는 일은 참 험난했다. 소피아를 돌보던 간호사가 말한다. "소피아. 태어나는게 뭔지 아니? 전쟁터로 떠나는 배와 같은 거야."(p.14) 소피아는 보통 아이들이 겪는 전쟁보다 더욱더 혹독한 전쟁터로 항해를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소피아 무라토레가 주인공으로 어린시절부터 성년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일반적이지 않았던 소피아. 자동차 엔지니어인 아빠와 미술학도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빠는 그래도 나름대로 소피아와는 잘 맞아 보이긴 했는데, 아마도 엄마는 임신과 함께 자신의 일을 접어야 했기에 우울증에 빠진것 같다. 그런 영향을 좀 받은것 같다. 결국 열여섯살에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하면서 집을 떠나 고모 마르타와 함께 하면서 소피아의 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것 같다.

이야기는 시간순서대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또한, 다른 이야기인가라는 착각을 하다가도 어김없이 거론되는 이름이 바로 소피아다. 아마도 소피아의 삶에서 때론 힘들기는 했지만 때론 위안을 받으며 삶을 헤쳐나가는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는것만 같다. 모든 사람들의 삶이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야말로 초반에 나왔던 간호사의 말처럼 우리는 전쟁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승리의 깃발을 흔들며 전진하다가도 난관에 부딪쳐 후퇴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것만 같다. 그러면서도 끊임없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성장해 나가는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나는 사실 단편에 약한편이긴 하지만 이 책은 소피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구성되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또한 부모로 인해 자녀들의 정서적 불안을 느끼게 된다면 굳이 양육을 부모에게만 맡길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어쩜 소피아에게는 마르타 같은 고모가 있었고, 그것을 수용할 수 있었던 아빠가 있었던 것도 다행인것 같다. 소피아의 불안함을 모두 엄마의 우울증 탓으로도 돌리고 싶지는 않다. 엄마도 왕성히 일할 나이에 임신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까. 그런 엄마를 아빠가 혹은 주변사람들이 조금더 따듯하게 살펴봤다면 소피아가 자살시도를 하는데까지는 가지는 않았을가라는 여러가지 생각이 우후죽순 떠오른다. 우리들의 삶도 소피아와 다를바 없지 않을까. 하지만 쉽사리 포기하지 않으면 또다른 행복을 찾을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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