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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사는 킬러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몽실북클럽 12월 스토킹 도서
내가 강지영 작가의 첫책을 만났던 것은 < 살인자의 쇼핑몰 >이었다. 살인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물품들을 파는 쇼핑몰! 정말로 그런 쇼핑몰이 있을까. 사실 좀 무거운 주제인데, 참 해학적으로 풀어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책은 '킬러'다. 말이 킬러지 살인자가 아니겠는가. 흥신소라고 해도 그다지 좋은 이미지로 와닿지 않는편인데, 이렇게 풀어내는 것은 아마도 강지영 작가의 필력때문일 것이다. 덤으로 독자들은 유쾌하게 읽을수도 있고 말이다.
차례는 특이하게도 등장인물들이다. 맞다. 예상대로 각 등장인물들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일까 했는데, 서로 엮이고 엮이는 관계이다. 우리의 심은옥 여사는 남편이 죽고나서 두 아이들 이끌고 억척같이 살아왔다. 남편이 자살을 했기 때문에 보험금 하나 받지 못했다. 남편과 운영하던 정육점은 남편이 들이박은 호프집 변상을 해주고 나니 남는게 없었다. 그나마 마트 정육코너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주인여자가 도박을 하다 구속되었단다. 졸지에 심여사는 직장을 잃었다. 그때 심여사의 눈에 들어온 모집광고, 그녀가 찾아간 곳은 '스마일 흥신소'. 흥신소장 박태상은 그녀에게 킬러가 되어달라고 제안한다.
누구나 죽이고 싶도록 미운 사람이 하나씩은 있지 않을까요? 심여사님이 결심만 하시면 억울한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을 대신 이뤄줄 수 있습니다.(p.16)
글쎄다... 이 이야기는 10년전에 출간된 이야기인데... 10년전에도 억울한 사람들이 있었을까. 물론 10년전에도 억울한 사람들은 있었지만 지금같이 억울한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을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아니면 코로나때문일까. 요즘은 그저 답답하고 정의가 죽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법으로도 억울함을 풀지 못한다면 심여사에게 부탁하면 그런 간절한 소망을 풀 수 있을까. 이 책을 다 덮은 다음에 그런 생각을 했다. 공정한 세상이 오기를, 그래서 심여사에게 부탁하는 일따윈 소설속에서만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생각 말이다. 심여사가 본업처럼 정육점을 운영하는데 칼을 쓰고, 킬러로 전업하는 일따위 없는 그런 세상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