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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대비하지 않으면 다시 온다 - 정치와 리더십의 실패가 부른 전쟁
김형기 지음 / 산수야 / 2020년 11월
평점 :
필자의 마지막 공직 생활 근무지는 국립 서울 현충원이었다고 한다. 그곳에는 과거 우리 나라가 존폐의 기로에 섰을때,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이들의 넋을 기리는 곳이다. 국립서울현충원장으로 근무하여 현충원 곳곳을 돌아볼 때 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의 역사를 되돌아보곤 했단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바치면서 나라를 지켜오지 않았던가. 가끔 나라의 혼란이 있을때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들이 얼마나 지키고 싶어 했던 나라였을까. 이렇게 잘못된 길로 가고 있어도 되는 것일까라는 생각. 항상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속에서 답을 찾아야만 한다. 그리고 또 다시 과거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이 책은 "정치와 리더십의 실패가 부른 전쟁"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단순히 정치와 리더십만을 탓하기에는 이름 모를 백성들의 희생이 너무나도 컸다. 쿄토에 코무덤이 있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이는 당시 왜군들이 조선인의 목을 베지 말고 사병 한명 당 코 한되씩을 베어서 소금으로 졀여 보내라며 그것을 세어 장수들의 전공을 평가하겠다는 지침아래 많은 조선인들이 코나 귀를 베임을 당했다고 한다. 우리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은밀히 "이비(耳鼻)야 왔다. 숨어라"라고 했다는 경고가 오늘날까지도 위험한 상황에서 주의를 줄 때 스이고 있는 '에비야'의 어원이 아닐까 추정되고 있다(p.94)라고 하니, 진정 어원이 맞다면 정말 슬픈일이 아니지 않은가. 또다시 그렇게 많은 이들의 희생이 뒤따르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류성룡도 '지난 일을 경계하여 뒷날의 근심이 없도록 조심하게 한다'는 표현을 인용하여 징비록을 썼듯이 우리는 항상 과거의 실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시는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또 한번에 수난을 겪었다. 바로 35년간의 일제 강점기이다. 말은 35년간이라 하지만 주권을 빼앗기 위한 사전 작업을 포함하면 더 많은 날들을 또다시 짓밟히고, 수탈당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결국에는 강대국에 치여 나라도 두동강이 나지 않았던가. 그 나라들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많은 이름 모를 이들 덕택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은 또 여지없이 들게 된다. 그에 반해 당시 리더십을 발휘했어야 하는 이들의 행동은 참 아쉽다. 이 책은 주로 임진왜란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당연히 선조가 등장한다. 그는 참 좋은 인재를 가지고도, 왜 나라를 이 위기 상황으로 밀어넣었을까. 왜 그는 백성을 버렸을까. 처음 왕위에 올랐을때 선조는 자질이 뛰어나고 품행이 올곧아 왕실 자손들 중에서 주목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는데 후궁의 자손이라는 컴플렉스를 끝끝내 이겨내지 못했다는 것인가. 참 통탄스럽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나라를 이끄는 어떠한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우리 민족은 어려움에 항상 강한의지를 불태워 나라를 구해냈다. 다만, 믿고 따를수 있는 리더가 제대로 중심을 잡아준다면 다시는 이런 고난을 겪지 않으리라고 본다. 당시는 일개 백성으로 임금을 택할수 있는 시대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우리 손으로 우리의 지도자를 뽑지 않던가. 진정한 지도자는 바로 국민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제껏 정치에 무관심했던 나를 반성하게 된다. 진정한 리더는 우리 국민이다.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가진다면 국민의 대표라고 하는 사람들의 탐욕이나 부패를 막아내지 않을까 싶다. 한층 더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소리를 높여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