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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0년 10월
평점 :
원래 책과 작가를 잘 연결시키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제목만으로 책을 기억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작가를 기억하곤 했다. 하지만 이 요쿄야마 히데오는 왠지 낯설었는데, 접하는 접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낯설지 않은 작가인 것을 알았다. 저자는 2013년 < 64 >를 츨간하며 '압도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일본 소설의 수준을 단번에 끌어올렸다'는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때 어렴풋이 < 64 >라는 소설이 기억이 난다. 2013년이 끝나갈 즈음 그 책을 읽었었다. 아마도 작가의 명성보다는 내용에 끌려서 읽었던 듯 하다. 7년이 지난 지금도 소설 제목만 보고 자세하게는 아니어도 결말이 생각나는 것을 보니(당시에는 리뷰를 잘 안 썼다), 꽤 인상 깊었던 듯하다. 그 뒤로 < 64 >의 작가라고 한다면 읽었을텐데, 잊혀졌던 이유가 저자의 건강 악화와 기억 장애로 슬럼프에 빠져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이 < 빛의 현관 >이 궁금하기도 했다.
이 < 빛의 현관 >은 < 64 >의 탈고가 끝난 후, 여행잡지에 연재했던 이 작품의 개고를 시작했지만 슬럼프와 더불어 작업에 매우 난항을 겪은 탓인가보다. 원래 문장 중 남아있는 것이 10퍼센도 안될거라니, 차라리 새로 쓰는 편이 나았을텐데 그만큼 이 작품에 작가의 노력과 정성, 그리고 애정이 들어가지 않았나라고 생각해본다.
건축사 아오세는 "당신이 살고 싶은 집을 지어달라"라는 의뢰인의 제안에 따라 Y주택을 설계했다. 설계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지만, 만약에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직접 만든다라고 하면 얼마나 애정이 깃들지는 짐작이 간다. 사소한 부품 하나하나 신경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의 애정을 지닌 집이 제 역할을 다 하기를 빌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찬사를 받았던 Y주택은 정작 의뢰인 요시노에게는 외면 당했다. 외면이란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요시노는 집열쇠를 건네받은뒤 그곳에 이사하지 않은 것 같았다. 자신의 작품이기도 하고 아오세 본인이 만든 집이 제 구실도 하지 못하고 버려진듯한 느낌과 의뢰인의 실종에 아오세는 왠지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래서 조심히 그를 찾아나서게 된다. 하지만 이 Y주택은 자신을 자꾸만 과거로 이끄는것만 같다.
분명 요시노는 실종이 된것 같지만, 그렇다고 살인사건도 어떤 범죄와 연루되었다는 사실도 나오지는 않는다. 왜 내가 만든 집이 집으로서의 생명력을 잃게 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되었다고 할까. 그 흔적을 찾아가는 아오세를 쫓아가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들을 만날수가 있다. 얼마나 작가의 고뇌와 정성이 들었을까가 느껴지며, 작가의 매력에 취할수가 있다.
또하나 개인적인 작가와의 인연이라면, 물론 나만의 인연이겠지만 작가는 < 루팡의 소식 >이라는 작품으로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지난 봄, 책을 좋아하는 친구에게서 선물 받았던 책이 바로 이 < 루팡의 소식 >이었다. 그때는 미처 작가의 이름을 살펴보지 못했었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선물받고 아직 읽지 않았던 책을 읽어봐야겠다. 이 책의 여운을 간직한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