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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의 달
나기라 유 지음, 정수윤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0월
평점 :
어둡고 긴 방랑길 위 빛나는 저녁달처럼 서로의 구원이 된 두 사람의 이야기
사라사는 다른집과는 조금은 다른 부모밑에서 자랐다. 저녁밥대신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괜찮았고, 아빠를 위해서 칵테일을 만들어도 괜찮았다. 그 행복이 지속될꺼라 생각했지만, 아빠는 병에 걸려 돌아가시고 엄마도 없어졌다. 이모네에서 지내게 된 사라사. 그녀는 밤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촌 다카히로가 너무나도 싫었다. 어느날 공원에서 만난 후미를 만나 그의 집으로 갔다. 어쩜 후미는 사라사에게 다시금 부모님과 사는 그런 자유를 찾아준것 같다. 낯선 사람의 집인데도 잠도 푹자게 되었고, 편안함을 느꼈다. 마치 책에서 모든 것을 배운마냥 후미는 엄마의 교육방침으로만 살았고, 사라사와 함께 늦잠자고 피자를 시켜먹는 것등으로 일탈을 느끼곤 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후 이모의 신고로 어린이 유괴사건으로 사라사의 이야기가 뉴스에 나오게 되었고, 아무 생각없이 결정했던 동물원행에서 그만 사람들이 신고로 사라사와 후미는 헤어지게 되었다. 후미는 아동유괴범으로 낙인찍혔고, 오히려 자신에게 못된짓을 한건 사촌인 다카히로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어느새 사라사는 못된짓을 당한 안쓰러운 희생자가 되어 있었고, 후미는 유괴범이 되어버렸다.
15년이 되어 다시 만난 사라사와 후미. 여전히 사회는 그들에게 냉정하다. 정확한 일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짓도 하지 않았던 후미는 가족들에게도 외면받는 유괴범이 되었고, 사회의 냉대를 받았고, 사라사에게 못된 짓을 하던 다카히로는 그녀가 대신 보육원으로 내쳐짐으로써 어떤 비난도 받지 않고 정상적인 삶을 살게 되었다. 이 두 남녀의 이야기를 보면서 느낀점은 사회란 참 모순덩어리라는 것이다. 분명 잘못은 저지른 사람은 권력을 가진 사람의 비호를 받으며 청렴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잘못이 없는 사람이지만 다른이들의 편견에 따라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의 지금의 사회도 얼마나 부조리한가. 온갖 잘못을 하고도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는 사람들도 한둘이 아니다. 뻔뻔한 가면을 쓰고 자신은 단지 피해자일뿐이라고 호소하면서 말이다.
'그 남자가 정말로 나쁜 사람인지 아닌지는, 그 남자와 그 여자밖에 모른다.'(p.353)
글쎄, 소설속 다른 사람들 눈에는 혹인 이 책을 읽는 사람들, 혹은 그저 이런 이야기가 있어 하고 들려주었을때 어떤 사람들은 후미와 사라사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할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에서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사라사와 후미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