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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배틀 ㅣ 케이스릴러
주영하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제 1회 케이스릴러 작가 공모전 당선작.
주영하 작가는 <콩가루 수사단>이라는 이야기로 처음 만났었다. 꽤 두꺼웠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가독성과 짜임새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행복배틀> 또한 만족스럽다. 아무래도 믿고 볼 작가가 또 생기지 않았나 싶다.
SNS 마케팅을 담당하는 장미호 과장. 회사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에서 우수상으로 선정하자며 김대리가 내민 사진을 유심히 쳐다본다. 오유진.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이후 오랫동안 절연했던 친구를 이렇게 만나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선정자에게 연락은 김대리에게 맡겼다. 하지만 유진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발표를 미룰수 없어 우수상을 재선정하고선 그 사진을 잊게 되었다. 하지만 그 사진을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줄은 몰랐다. 얼마전 강남 부촌 하이프레스티지 아파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바로 그녀, 유진이었다. 미호와 세정, 유진은 고등학교때 절친이었다. 하지만 어느덧 미호와 세정에게 유진의 이름은 금기사항이 되어 버렸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 17년만의 죽음으로 다시 만나게 된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이상함을 느끼게 되고 미호는 진실을 알기 위해 사건의 중심에 다가가기로 마음 먹는다.
제목과 띠지에 보여주는 것처럼 더 행복할 필요 없는 사람들의 행복 배틀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왜 서로 행복하다고 아우성을 칠까. 실은 속으로는 곪아터지면서 왜 엄마들 사이에서 누가 행복한지 전쟁이 붙은 것일까.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워킹맘이었던게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실로 깨달았다. 프리랜서다 보니 아예 시간이 안나는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이가 저학년일때만 학부모 모임이나 학교에 몇번 등장하는 것을 제외하곤 별로 또래 아이들 엄마하고는 어울리지 못했다. 그리고 잘 하지도 못한다. 그저 최소한의 것만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아이가 잘해주었기에 맘까페나 이런 모임을 가져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곳에서는 과도한 경쟁이 급기야 엄마들의 다툼까지 이어지게 되고야 말았다. 행복이라는게 꼭 누구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혹시나 나는 아예 제껴진것은 아니었나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곳에든 과도하게 자신을 어필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나 요즘 SNS상 이야기는 너무나도 가면을 쓰고 대하는 이들이 많아 조심스럽기도 하다.
행복배틀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요?(p.180)
더 행복해질 필요도 없어요, 남의 행복을 부수면 되거든요.(p.181)
세상에서 가장 쓸데 없는 전쟁이 바로 행복배틀이 아닐까 싶다. 남의 약점을 잡아 공격하는 가장 비열한 전쟁.
물이 담긴 컵에 아주 작은 잉크 방울을 떨어뜨린 적은 있죠. 의심이란, 그런거거든요.(p.181)
작은 의심하나가 겉잡을수가 없이 커져가는 가운데, 미호와 세정, 그리고 유진의 17년전 이야기도 수면위로 떠오르며 결말로 치닫는 속도는 과히 제동을 걸수가 없다.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반전이 주영하라는 작가의 신뢰도를 높여 주는 것만 같다. 또 이렇게 오늘 웰메이드 미스터리 스릴러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