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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슬렁여행 - 방랑가 마하의
하라다 마하 지음, 최윤영 옮김 / 지금이책 / 2020년 9월
평점 :
어슬렁 여행이란 말은 나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나의 여행은 전투적이다. 하나에서 열까지 미리 검색해두지 않으면 불안해서 다닐수가 없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니 그도 이젠 힘들것만 같다. 저자처럼 그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그냥 어슬렁어슬렁 다니는 것이 더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우연찮게 가게되었던 오키나와의 한 섬에서 던져준 산호를 잠수해서 물어오는 래브라도리트리버의 이름을 듣고 나서 영감이 떠올라 썼던 <카후를 기다리며>로 제1회 일본 러브스토리 대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고 한다. 오키나와 말로 카후라는 말은 '행복' 또는 '좋은 소식'라고 한단다. 정말로 카후가 저자에게 좋은 소식을 가져오지 않았던가.
미술에 관련된 일을 했던 저자는 프리랜서로 전환한 후에 불시에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계획하지 않은 여행은 어떤 기분일까. 그것은 실제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터인데 말이다. 아마도 나도 은퇴를 하고나면 그렇게 살고 싶다. 가끔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물론 나의 껌딱지들을 떼놓고 혼자서 가야겠지, 또한 뒹굴뒹굴대면서 책도 읽고 싶고 그렇다. 아무래도 저자는 미술에 관련된 일을 해서 그런지 미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도 한다. 고흐의 이야기도 그렇고 모네의 이야기도 그렇고, 모네의 이야기는 미쉘뷔시의 <검은 수련>도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였다.
바람이 부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떠나는 여행자를 가리킨다는 저자의 무척 주관적이 들어간 해석의 방랑가라는 말이 참 부럽다. 목표도 없이 그저 마음가는 대로 가다가 소설가가 될 기회를 잡았던것 같다. 아마도 저자의 그런 기회가 없었더라면 내가 이 책을 만날수가 없었을테구나. 나도 그런 목적없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 누가 또 아랴. 나도 예기치 않은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될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