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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걸려버렸다 - 불안과 혐오의 경계, 50일간의 기록
김지호 지음 / 더난출판사 / 2020년 10월
평점 :
간만에 휴식이 찾아왔었다. 카페에 앉아서 책을 잠시라도 읽고 싶었다. 그래서 후미진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 같은 위치의 카페를 찾았다. 이 얼마만에 맞이하는 휴식인가. 역시 매장에는 손님이 없었고,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방명록을 쓰고, 커피를 마실때만 잠깐 마스크를 쓰고 다시 올리고 책을 봤다. 우연스레 책제목도 <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였다. 20여분이 지났을까. 두명의 남자 손님이 들어왔다. 한명을 들어와서 마스크를 쓰더니 음료를 받아선 둘다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를 했다. 내 휴식이 날아가버리는 순간이었다. 요즘처럼 감염원도 알지 못하는 전파가 이뤄졌고, 근처 병원에는 아직도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데 이런 배려없는 행동이라니. 화가 났다는 표시를 하기 위해 책으로 탁자를 한번 탁하고 치고는 짐을 정리하고 나와버렸다.
저자도 '마스크를 쓴다는 것'은 상대를 향한 배려이자 나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를 다짐하는 의식이다(p.261, 262)라고 말한다. 이런 배려없는 행동으로 인해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갈수록 지쳐가고 있다. 그리고 제발 집에 머물러 달라는 국가의 호소를 지키는 사람들만의 코로나블루는 갈수록 깊어만진다. 괜히 필요한것 아닌 이상 집안에 머물러 있는 나는 마치 바보인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조금만 더 배려들이 있었다면 코로나의 종식을 일찍 보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제한된 생활을 해야하고, 이름 모를 공포와 대치하고 있다.
저자는 한 종교단체발 코로나가 조금씩 잠잠해져갈즈음 다시 촉발된 클럽발 코로나 때문에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찾아준 친구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잠깐 식사대접을 했는데 친구중에 한명이 클럽을 다녀온게 탈이었다고 한다. 다행히 그날 모였던 사람들중엔 최초로 확진을 받은 친구와 저자 본인만이 확진을 받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저자가 친구의 전화로 밀착접촉자로 분류되기 전 자발적 격리를 시작으로 양성판정을 받고 50일간의 투병기록과 완치 됐지만 사회로의 힘든 복귀과정을 담은 기록들이다. 저자는 면역력이 약해 늘상 조심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에 걸리고 난 뒤 받는 사회의 시선이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친구의 전화를 받고 자발적 격리를 하고 있는 사람이 가족들과의 식사자리에 나갔다는 것이다. 물론 할머니의 장례가 치룬지 며칠되지 않았고, 아직 밀착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았어도 가족 식사에 나가지 않았다면 가족들도 자가격리하지 않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일부러 동선을 숨기고, 자가격리 규칙을 위반하는등의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읽는 내내 그 점이 매우 아쉽긴 했었다.
저자는 그리 심하지 않는 경증 환자여서 무사히 치료를 받고, 50여일만에 퇴원을 했다. 의학적으로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회사로 복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그도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했다. 언젠가 어느 드라마에서 AIDS가 무서운 것은 병 자체가 아니라 모든 관계를 끊게 한다는 것이 가장 무서운 것이라던 대사가 생각이 났다. 코로나는 그 전염성 때문에 그리고 완치되더라도 후유증이 지속된다는 것때문에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이런식으로 사회에서 배척당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 때문에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닐것 같다. 신종플루나 메르스등 많은 질병으로 인해 주기적으로 위험에 처했듯이 또 코로나가 사라져도 언젠가 또 다른 질병이 우리를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한사람의 거짓이 얼마나 큰 후폭풍을 맞이하는지, 남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필요한지 그리고 코로나와 싸워 이긴 완치자들을 어떻게 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