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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하이츠의 신 2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지요다 고키의 소설 때문에 사람들이 죽은' 그날의 날씨는 더없이 맑았다.
그야말로 팬덤을 형성하고 있었던 소설가 '지요다 고키', 그의 광팬이었던 사람이 자살하고자 하는 사람을 모아서 실제 목숨을 걸고 하는 마지막 게임이 자행되었다. 당시 별다른 화젯거리가 없던 매스컴들을 '허구와 현실을 혼동한' 살인게임이 '지요다 고키'의 소설에 영향을 받아 살인을 저질렀다라고 일제히 말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소설가 고키에서 묻는다. "지요다 고키 씨, 책임을 느끼십니까?"
글쎄.. 그의 소설이 살인게임을 하게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던 것일까. 그 사건에 관계된 모든 이들이 아니고 그 일을 실행한 주범이 그저 한낮 유명 소설가의 혹은 그 이야기의 광팬이지 않았을까. 어쩌면 자신의 행동의 정당한 사유를 만들고픈, 혹은 특종을 만들어내고픈 사람들이 그저 희생양으로 누군가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어느 한사람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이다.
더이상 작업을 할 수 없었던 고키를 다시 세상으로 끌고 나온 것은 "나는 살아 있습니다"라는 어느 익명의 소녀가 보낸 편지때문이었다. 나는 그의 소설을 읽으며 살아 있다는 자신을 밝히지 않는 소녀. 나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죽지않고 살아 있습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이 죽는 것만은 아닙니다라는 이야기가 씌여진 128통의 편지. 지요다 고키는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를 세상에서 몰아낸 것도 그의 팬이었고, 벼랑 끝에서 그의 손을 잡고 세상으로 이끌고 나온 것도 그의 팬이었다.
요즘 채널을 돌리면 항상 똑같은 포멧의 방송들이 많다. 특히나, 트롯 열풍은 대단하다. 그러나 내가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그 사람들과 통화를 할때 열광하는 사람들이다. 분명 나도 어렸을 때 연예인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요즘에는 왜저래...하는 반응만이다. 그저 나는 좋아하는 작가나 좋아하는 배우가 있다면 그들의 작품을 스토커마냥 옛날것까지 찾아 읽거나 보는 스타일이이다. 아마도 좋아하는 방식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소설의 초반의 강렬했던 시작을 가져온 그 광팬은 팬의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닐까. 자고로 나라면 '고키의 천사' 불리우는 그 익명의 소녀처럼 그에게 응원을 보내주는 역할을 했을터이다.
외할아버지의 유산인 오래된 3층짜리 집에 아카바네 다마키는 "슬로하이츠의 신"이라 이름 짓고, 친구들과 모여산다. 소설을 쓰고 만화를 그리며 한 지붕 아래서 서로를 자극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중에는 유명한 지요다 고키도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한 건물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살면 어떨까 생각을 해보았다. 슬로하이츠 식구들이 가끔 거실에 모여 함께 음식을 먹으며 즐기는 것처럼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다 모여 책이야기도 주고받는다면 무척 재미있을꺼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츠지무라 미즈키는 < 아침이 온다 >라는 소설을 통해서 처음 만났었다. 불임 부부와 미성년자의 출산, 그리고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새겼던 자칫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그녀의 새로운 이야기가 매우 궁금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슬로하이츠의 신>도 "1권 → 2권 → 1권 순으로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설명처럼 평범할수도 있었던 이야기를 평범하지 않게 만든 저자의 세심함을 또 한번 느낄수 있는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