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맨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밀크맨이라는 사람의 스토킹... 그래서 이 책 추리소설인줄 알았다. 이렇게 심오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애나 번스는 이 <밀크맨>으로 2018년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장은 그녀의 소설을 가리켜 "독설적인 익살을 사용해 잔인함과 성적 학대 등을 표현했다"고 한다. 세계사에 좀... 아주 많이 몰라서 그런데, 검색을 해보니 이 소설은 북아일랜드에서 '분리운동(Troubles)'로 알려진 시기에 살았던 실제 인물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북아일랜드 역사상 '분리운동'시기란 1968년 10월 런던에서 시민권 운동이 시작된 이후 1998년 4월 '성금요일 협정(Good Friday Agreement)'이 체결된 순간까지 약 30년 동안 지속해온 혼란의 기간이다. 이 당시, 북아일랜드의두 이해 당사자, 북아일랜드 대다수인 신교도와 연방주의자들의 연맹과 가톨릭 교도와 공화주의자들의 연맹들은 아일랜드가 영국의 일부로 남아야 하는지 아니면 하나의 국가로 독립해야 하는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30년동안, 게릴라들이 일으킨 폭력 사태가 북아일랜드 전반을 지배했고 폭격과 폭동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이 '분리운동'의 시기에 3,600명 이상이 살해당했으며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신체적 그리고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었다.(출처, 하비엔 http://naver.me/FECg2ET2)


이런 상황을 잘 몰랐으니 처음부터 녹아들지 못했던 것은 당연했다. 18세의 소녀. 그저 여기서는 '가운데 언니'라고 불뤼는 '내'가 주인공이다. 그녀가 회상을 하는 이야기이다. 꽤 마을은 폐쇄적인 공동체이다. 그녀는 여느날처럼 책을 읽으며 길을 가는데 밀크맨이라고 불뤼우는 남자가 그녀에게 말을 건다. 그 후로 그녀는 어디에서든 그가 자신을 스토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첫째 형부가 만들어낸, 그녀가 밀크맨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루머가 쫙 퍼지게 된다. 그녀는 열여덟이고, 밀크맨은 마흔한살의 유부남인데다가 무장독립투쟁 조직의 주요 인사이기도 하다. 밀크맨이 그년에게 어떤 신체접촉을 시도하거나 음란한 말을 하지도 않았음에도 그녀는 매우 불안감을 느끼는데, 주변 사람들은 오히려 그녀에게 책을 읽으며 걸어다니는게 문제이고, 그녀의 행실에 문제가 있다고 비난한다.


세상 어느곳이든 어느때든 간에 아직도 여성의 지위는 너무나도 낮은것 같다. 많이 향상되긴 하지만 아직도 우리가 가야할길은 험난한것 같다. 만약에 밀크맨이 무장독립투쟁 조직의 주요 인사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그때도 그녀에게 비난을 던졌을까. 지금만큼의 강력한 비난은 아니었을 것이다. 20년이 더 흐른 지금에서야 여성들의 '미투'운동이 진행되었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피해를 말하는 여성들이 늘었다. 또한, 여성을 향해 '꽃뱀'이라는 것과 왜 피해자답지 않느냐는 비난과 조롱도 거침없다. 아직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길은 꽤 먼것 같다. 그런 사회에 묵직하게 화두를 던져주는 이야기인것 같다. 특히나 이 책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없다. 주인공도 그저 '가운데 언니'이다. 저자가 맨부커상 측과의 인터뷰에서 등장인물에 이름을 붙이지 않은 이유는 생명력이 없어 보이려고 만든 의도였다고 밝혔다. 어쩌면 그런 이유에서 이 소설을 읽는내내 온통 묵직함을 유지한다. 그만큼,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가 아닐런가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