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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을까? -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12가지 충격 실화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지음, 이지윤 옮김 / 갤리온 / 2019년 10월
평점 :
한 10년전쯤인가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라는 책을 읽었다. 어째 제목이 비슷하다 했는데, 역시나 같은 저자의 책이다. 저자는 1994년부터 베를린에서 형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는 할아버지 발두르 폰 쉬라크가 나치 정권에서 청년돌격대의 대장으로 활약한 전력이 있어, 과거의 죄과를 씻기 위해 법률가라는 직업을 선택했다고 한다. 특히나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 자신의 할아버지가 진술한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12가지의 실제로 일어났던 이야기가 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12가지 충격 실화'라고 부제를 밝히고 있는데, 정말로 실제로 있을수 있는 이야기인가하고 의구심이 들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네 세상은 믿기 힘든일이 너무나도 많이 일어난다.
특히나 「변호인」이란 제목의 에피소드에서 변호사가 된 셰이마가 맡은 사건의 의뢰인은 심상치 않은 인물이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한 여성이 증인으로 등장을 한다. 그녀는 루마니아의 작은 농촌 마을에 살고 있었는데, 피고는 그녀에게 요양보호사로 일하게 해준다고 약속하고 베를린으로 데려와서는 그녀를 강간하고, 위협했으며, 윤락가에서 일하게 했다. 몸과 마음이 병든 그녀가 더이상 일하지 못하겠다고 하자, 엄청난 폭력 끝에 칼로 오른쪽 눈을 찔르고 병원 문앞에 던져 놓고 떠났다고 증언했다. 셰이마는 변호인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거부당했고, 계속 재판을 진행해여 피고는 징역 14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고심끝에 그녀는 항소를 했다. 항소심에서 1심 판결에 대한 파기환송 결정을 했다. 이유는 당시 재판부에서 증인이 증언하는 동안 피고를 재판에서 배제했다는 사실이다. 피고는 형사소송의 주체이므로 자신의 재판에서 참여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데, 재판부의 이런 사소한 실수가 다시 공판이 진행되었고, 새로 시작된 재판에 증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는 첫 증언 이후에 살해되었다는 제보가 있었다. 결국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자 피고의 무죄방면이 선고되었다. 변호사 윤리장전 제19조에 따르면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사건의 내용이 사회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임을 거절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한다.
참 씁쓸한 이야기들이 많다. 증인도 얼마나 고심한 끝에 증언을 하게 된 것인데, 그것이 아주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사소한 실수 때문에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목숨을 잃었다. 참..이럴때 법이란 참 무심하다. 법은 약자의 편이 아니라 돈있고, 힘 있는 사람들의 세상을 살아가는 수단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시작전에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고 나와 있는데, 이 말이 무색하다. 정말 모든 사람이 법앞에 평등할까. 법 앞에 평등했다면 이 세상에 억울한 사람은 생겨나지 않았을꺼 같다. 그러나 억울한 사람이 많은걸 보면 절대로 법은 평등하지 않을꺼 같다. 참 씁쓸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