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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이별
박민형 지음 / 경진출판 / 2020년 9월
평점 :
첫사랑의 상흔들이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고.....
음... 이게 과연 첫사랑의 상흔일까. 솔직히 이건 범죄다...읽는 내내 속터졌다. 20년인 세월을 말이다...
현순은 대학에 진학한 후 동아리에서 만난 호철과 사랑에 빠진다. 함께 농활 봉사를 떠났다가 늦은밤 호철을 기다리던 원두막에서 그녀는 호철의 친구인 천석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만다. 현순은 그의 몸에서 뜯어낸 메달만을 손에 쥐고 누군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호철은 곧 군입대를 하고, 임신을 알게된 현순은 세상을 포기하려 한다. 천석은 성애가 떠나, 마음이 심란했다. 그래서 그날밤 이성을 잃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순을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성애가 아니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하지만 현순은 자신의 아이를 가지지 않았던가. 천석은 자신이 그날 널 범했던 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그녀와 결혼한다. 그 이유때문에 현순은 모진 시집살이도 견디면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20년의 세월을 살아간다.
얼마전에 한 가수가 자신이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였다는 고백을 했다. 그것을 이겨내는데 11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동안 수치심과 우울증 등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왜 아니었겠는가. 그 옛날에는 성폭행 당한 여자를 가해자와 결혼하는게 어떻겠냐고 권유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범죄 피해자가 가해자와 결혼하는게 말이 되는가. 자신을 성폭행한 이와 살면서 자신을 포기한 현순의 삶은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는가. 남자든 여자든간에 물론 여자가 비중이 더 높겠지만 그 성폭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얼마나 심한지 사람들은 모른다. 그래서 피해를 당한 이들을 조롱하지 않던가.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현실이 아니던가. 특히나 가부장적인 사회에서는 여성을 소유물로 생각하기에 그런 범죄가 끊이지 않고, 또한 피해받은 여성에게 비난을 쏟아붇는다고 한다. 왜 여성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가. 우리는 왜 가해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 가르치지 않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많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잉태된 아이는 잘못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렇게 갖게된 아이에 대해서 여성에게 모성애를 강요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현순이 자신의 인생을 찾은것이 그리 반갑지는 않았다. 자신의 인생을 찾은것이 아니라 20년동안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것이다. 애써 상처를 지우면서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우리는 성폭행 피해자들에게 더 관대하며 아낌없는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