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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탐정 마환 - 평생도의 비밀
양시명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커피 유령과 바리스타 탐정>을 지난달에 참 재미있게 봤었다. 그 책에서 '할'이라는 유령 캐릭터가 참 인상적이었다. 여러 단편 이야기가 끝이 났지만 할의 정체는 무엇인지 왜 그는 타국인 일본에서 죽음을 맞이했는지, 왜 환 앞에 나타나게 되었는지 궁금한 이야기 투성이였다. 다행히도 온라인 독서모임(몽실북클럽 몽블랑)에서 양수련 작가님께서 <커피 유령과 바리스타 탐정>의 평생도 이야기로 후속작이 나온다며 그 이야기를 읽게되면 궁금증이 해결되리라 말씀해주셨었다. 아니나 다를까, 곧이어 출간된 <바리스타 탐정마환>을 읽어보니 그동안 궁금했던 이야기를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평생도는 높은 벼슬을 지낸 양반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이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생사의 기념이 될 만한 장면들을 엮어 그린 그림이란 뜻이오. 고관대작은 돼야 자신의 평생도를 남길 수 있소. 요새로 치면 업적이 출중한 공직자의 자서전 같은 것니까. 노비에게 남길 업적이란 게 있을 턱이 없잖소.(p.32)
이제 고작 다섯살의 아들을 가진 칠십을 바라보는 의뢰인. 그는 조선시대 노비였던 아비의 한과 염원이 깃든 평생도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환에게 한다. 그 아비의 염원에 힘입어 부귀영화와 무병장수의 인생을 누리게 해줄 그림이라고 믿는 것이다. 어린아들에 대한 부정을 엿볼 수 있다.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백정 말복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농사를 짓고 싶던 말복은 신분제에 가로막혀 칼을 들게 된다. 자신도 아들에게 칼을 물려주게 될터. 글을 배우겠다고 세상은 배우겠다고 자신의 뜻을 반하는 아들의 모습에서 농사를 짓겠다고 칼을 쥐지 않겠다고 반항하던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런 아들이 죽었다는 풍문을 듣고 말복은 그림에서라도 좋은 인생을 살라며 평생도를 그린다.
절절한 과거와 현재의 두 아버지의 자식사랑에서 환은 참 애처롭다. 일곱살 어린나이에 눈앞에서 창밖으로 떨어지는 엄마를 목격한 환을 아버지는 따듯하게 감싸주지 못했다. 더군다나 먼 일본에서도 어린 환은 언제나 혼자였다. 그에게 손을 내민건 유령 할이었다. 환에게 할은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평생도를 찾는 환과 그 사이사이 말복의 이야기가 전개되며 전작에서 품어왔던 궁금증을 풀게 되었다. 말복은 참 자식을 잃은 애틋한 아버지인듯하다가 모진 아버지인 듯했지만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면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더라도 오랫동안 이어졌던 신분의 벽을 넘지 못해 좌절할까 두려워 자식에게 모질게 대할수 밖에 없었던 것만 같다. 하지만 마교수는 자신의 아들인 환에게 왜그리 모질었을까. 물론 세상의 모든 아버지가 다 똑같지만은 않으리라. 그래서인지 할과 환의 관계가 더욱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다. 전작인 <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을 읽지 않고서도 충분히 즐길수 있는 책이지만 전작과 함께라면 이 <바리스타 탐정 마환>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고 평생도에 담긴 뒤늦은 아비의 애끓는 사랑을 이해할수 있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