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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르시시스트일까? ㅣ 한 입 크기 철학 1
피에르 페주 지음, 알프레드 그림, 이수진 옮김 / 돌배나무 / 2020년 6월
평점 :
나르시시즘(narcissism)은 정신분석학적 용어로, 자신의 외모, 능력과 같은 어떠한 이유를 들어 지나치게 자기 자신이 뛰어나다고 믿거나 아니면 사랑하는 자기 중심성 성격 또는 행동을 말한다. 이는 우리가 잘 아는 그리스 신화 속 나르키소스에서 기인했다. 맑은 샘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사랑에 빠지지만, 포옹도 입맞춤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에 빠져 시름시름 앓다가 죽음에 이르렀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쯤이야 무엇이 문제이랴만은 현대의 나르시시즘은 애초의 의미와는 사뭇 달라지지 않았나 싶다.
물론 정신분석학적으로는 인격적인 장애 증상으로 보지만, 우리는 일반적으로 모두 자신을 사랑하는 나르시시스트이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현대적인 나르시시즘이란 조금 그 양상이 변했다고 보여진다. 이 책의 처음 언급에도 나왔지만 박물관에서도 작품을 바라보는게 아니라 등을 돌리고 저마다 셀카봉에 매달린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사진을 찍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얼마전에도 200여년된 유명 조각상이 유럽 관광객이 셀카를 찍으려 앉았다가 파손되는 사건이 있었드랬다. 내가 여기 있었음이 더 행복했으려나. 물론 본인도 놀라 자리를 피했으나 함께 보존해야 할 문화재가 훼손되었으니 참 안타까울 뿐이다.
철학에는 약해서 이 얇은 책도 참 어렵긴 하지만 재미있는 부분이 있었다. 프로이트는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나르시시스트라고 말했다. 그래서 폴란드의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고 주장했을 때, 영국의 생물학자 다윈이 인간이 생물 중 가장 뛰어나지도 않으며 다르 동물들과 마찬가지 일 뿐이라고 주장했을 때, 인류의 자기애는 큰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p.56)자기중심적이던 이가 그저 평범하다는 것을 알았을때 자기애의 큰 상처를 입는 것처럼 남과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 그리 노력을 하는 것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