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령
김교락 지음 / 뻥뿅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록 드레스>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멋모르고 마구 써내려간 글을 버리기가 아까워 대폭 손을 봤더니 전혀 다른 글이 되었다고 저자는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검색해보니 꽤 철학적인 이야기가 들어 있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지금 새로운 옷을 입은 <채령>은 저자의 의도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장르를 살짝 혼합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여인이 내 아이도 아닌 핏덩이를 남겨두고 훌쩍 미국으로 떠나버렸을 때 최초의 털 없는 인간을 안아 쥔 난감함과 함께 만물은 신의 의상이라는 황당한 생각을 했다(p.5)라며 소설은 시작한다. 그 여인이 떠난 도시를 떠나 아이를 안고 산속으로 들어가서 아이를 키우는 장면들을 보며 혹시나 저 "초록드레스"가 자연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었다. 도시로 교육을 받으러 나갔던 아이도 다시 산속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에게 "채령"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장면이 바뀌었을때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 이야기인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채령은 어디로 간 것일까. 갑자기 양재학원이니 뭐니 나올때는 단편인가라는 생각도 했지만, 별다른 소제목도 없이 연결된 이야기는 조금만 지나면 금새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나'라고 불뤼우는 화자가 사랑했던 여인은 "채령"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딸의 이름도 "채령"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미쉘 뷔시의 <검은 수련>이라는 소설이 생각이 났다. 넵튠이라는 같은 강아지의 이름 때문에 시간간극이 있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는데, 이 이야기도 엄마와 딸의 이름이 같은 "채령"이어서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는 것을 살짝 놓칠 우려가 있다. 꽤 판타지적 요소가 살짝 보이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왜 자신의 아이도 아닌데 아이를 맡게 되었는지 또 채령은 딸을 놔두고 사라졌는지를 알게된다.


저자는 처음 밥벌이를 하고 그게 유일한 직업이 되어준것이 여자 옷 만드는 일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그런 경험때문에 이 소설 속 미즈라고 불뤼우는 인물에 자신을 투영한게 아닐까. 10여년전에 발표했던 소설을 다시 다듬고 손을 봤다라고 하는 것을 보면 저자의 애정이 담긴 소설이 아닐까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