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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 검은 그림자의 진실
나혁진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7월
평점 :
한때는 형사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백수의 알코올 중독자일 뿐이다. 무엇보다 잠복근무에선 탁월해 황소바위라는 별명을 얻었던 호진. 그는 어린 딸을 잃었다. 하루 휴가를 내고 어린 딸이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놀이공원 나들이를 가려는 날 아침, 그토록 쫓던 범인이 출몰했다는 연락이 왔고, 가족들을 뒤로 한채 달려갔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 호진은 아내와 딸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이었다. 고작 6살이던 딸은 차가운 영안실 침대에 누워있었고, 수술을 마친 아내는 실신을 거듭하더니 호진에게 이혼서류를 보냈다. 그렇게 그는 모든 것을 잃었다. 살아갈 이유마저도...
어느날, 옛상사였던 백과장이 호진을 찾아았다. 한달전 딸이 가출을 했다. 그런데, 어느 포르노 영상물에서 딸을 발견했다. 이제 고작 20살.. 아버지로서 외동딸의 평판에 신경에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비밀리에 호진이 이 사건을 조사해 주었으면 했다. 그렇게 호진은 백과장의 딸 은애를 찾아나서게 된다.
얼마전 아동성착취물을 올리는 사이트를 운영했던 운영자를 미국으로 송환해달라는 요구에 송환 불가라는 판결이 나왔다. 아동성착취물을 내려받기만 해도 미국에서는 15년 징역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고작 18개월의 형량을 받았다. 왜 우리나라는 성범죄에 이렇게 가벼운 판결을 내리는가. 올한해 가장 이슈였던 n번방 사건들. 속속 사이트를 운영했던 사람들의 신상이 공개되었고, 20대초반의 나이라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책에도 음란사이트를 운영하는 13살 초등학생이 등장을 한다. 아무런 죄책감 없이 오히려 자신을 잡히지는 않을것이라고 자신만만했던 사람들. 고위 공직자들의 성추행 사건도 줄을 잇고 있다. 언제쯤 이들에게 강력한 처벌로 설자리를 잃게 만드는 나라가 될까.
불법 음란 동영상과 디치털 성범죄를 중심으로 줄거리를 전개한 탓에 말초적인 재미를 위해 그런 소재들을 끌고 왔다는 오해를 살까 두려웠다(p.348)라고 작가는 밝힌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 본다면 그런 작가의 괜한 걱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선 은애가 연루된 사건은 성문제에 관련된 것이지만, 그것은 이 소설 전반에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혹시 작가가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사람들의 이중성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결말로 치닫는 가운데, 나는 <지식인의 두 얼굴>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겉에서 보이는 모습과 가면을 벗었을 때의 전혀 상반된 모습들. 과연 내가 접했던 그 모습 중 어느것이 진실일까. 내가 품고 있었던 상처가 과연 변명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이었어. 의외네... 나는 혹시 이런 말을 듣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