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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말을 쏘았다
호레이스 맥코이 지음, 송예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6월
평점 :
"재판장님. 간곡히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이 자가 살인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나 엄밀히 말해 피해자의 부탁을 들어 준 것이니..."(p.12,13)
참 독특하다. 마치 흑백 무성 영화의 장면이 바뀌듯이,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말이 한마디씩 지나가고 로버트와 글로리아의 과거 이야기가 진행이 되면서 점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된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봐야겠다.
때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 우연히 놓친 버스 정류장에서 글로리아와 로버트는 댄스마라톤이라는 명목하에 참가자들이 수개월 동안 마지막 커플이 남을 때까지 원형 경기장을 끝없이 도는 행사가 열리게 된다. 탈락하기 전까지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고, 만약 우승이라도 하면 10,000달러를 상금으로 준다. 글로리아의 제안으로 로버트는 댄스 마라톤 대회에 커플로 참가하게 된다. 쉴새없이 춤을 추는 건지 이해를 돕기 위해서 맨뒤에 있는 QR 코드를 이용해 보면 알 수 있다. 처음에 읽을 때는 춤을 쉴새 없이 춘다는 건지, 마라톤을 한다는 것인지 좀 애매했는데, 맨뒤에 실제 댄스 마라톤 대회 영상과 예전에 영화로 제작된 영향을 보니 금새 이해가 되었다.
실제로 그 시대에는 이런 대회가 있었다. 매우 생소하지만 그런 대회를 모티브로 했던 것 같은데, 관리자가 한 커플에게 결혼을 제안한다. 아마도 호기심을 자극해서 더 많은 관객들을 불러들이기 위함일 것이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레스링을 생각했다. 프로 레스링을 어렸을 때 봤을 때는 실제로 경기를 하는 줄 알고 손에 땀을 쥐었지만 그것도 일종의 쇼라는 것을 안 후에는(정말인지는 아직도 헷갈리는) 그다지 흥미가 없어졌던 것 같은데, 그런 맥락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결혼을 하겠다는 커플이 탈락하지 않도록 승부를 조작하기도 한다. 아마도 이 작은 이야기에 우리 사회를 닮고 있는것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쉴틈도 없이 이어지는 경기. 경기를 보고 후원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 더 많은 관객들을 모집하기 위해서 상황을 만드는 관리자. 과연 그 속에서 글로리아는 무엇을 느꼈을까. 왜 로버트를 피해자의 부탁을 들어준 것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빨간 장미 표지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일장춘몽을 쫓는 우리네 이야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