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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 남의 불행에 느끼는 은밀한 기쁨 샤덴프로이데
티파니 와트 스미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샤덴프로이데(독일어:Schadenfreude)는 남의 불행이나 고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을 말한다. 즉, '피해를 즐긴다'라는 말이다. 이 책을 처음 만날 때 우연스럽게도 예전에 에둘러 내게 좋지 않은 경험을 하게 한 사람이 살짝 좀 곤란스럽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일이 그렇게 되서 좀 안타까웠지만 슬쩍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는걸 느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 그러네, 위로 해주어야 하는 상황인데 웃음이 나네라는 것을 느꼈다. 사람이란 원래 그런것일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듯이 남을 위로해주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살짝 기쁨을 나타나게 하기도 하니 말이다. 사람들은 다들 청개구리인가 싶다.
이 책에서는 여러 경우의 샤덴프로이데을 소개한다. 가볍게는 슬램스틱에서부터 좀 심하게는 다른이의 불행까지 샤덴프로이데를 경험하게 된다. 니체는 샤덴프로이데는 아무런 위험도 감수하지 않은 채 앙갚음하는 기분을 낼 수 있는 음흉한 전략, '무능력한 자들의 복수'이다(p.185)라고 말하지만 무조건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남의 불행에 대해서 살짝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이 무슨 죄인가? 다만, 신체적인 위해를 가하며 피해를 즐기는 것은 좀 지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자만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남보다 잘나간다는 우월감으로 다른 사람을 우습게 보았다가는 결국엔 자신의 고통으로 인해, 누군가가 '너는 당해도 싸다'라는 말을 한다면 너무나도 비참할 것만 같다.
저자는 타인의 불행을 즐기는 심리가 우리 삶에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거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꼭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샤덴프로이데가 아무런 이유없이 일어나지 않기에 그 것을 마주했을 때 무엇이 그것을 촉발했는지 생각해보면 그 밑에 깔려 있는 더 괴로운 감정을 마주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요즘같은 빡빡한 세상 살짝 은밀하게 샤덴프로이데를 즐기는 것도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데 도움이 될것 같다. 살짝 아무도 모르게 은밀하게 입꼬리만 살짝 올리는 정도로만 즐기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