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이는 자 - 합본 개정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몽실북클럽 스토킹 6월 도서

저자의 이름만 보고선 일본작가라고 생각했다. 이게 무슨 일이람. 쏴리~ 나름 책을 읽는다고 읽는데, 초면인 작가들이 많다. 특히 이 도나토 카리시는 왜 그동안 알지 못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이렇게 내 스타일에 딱 들어맞는 작가를 왜 몰랐을까. 이 책이 원래는 두권이었다가 개정판이 되면서 한권 합본으로 나오게 되었다. 600여페이지 정도의 이야기지만 빠른 속도로 책장이 넘어가서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다고 말할수 있겠다.


"이 작품이 실화임을 믿기란 힘들 것이다"라는 말이 우선 강력했다. 이 이야기 자체가 실화라는 것이 아니라 이런식의 범죄가 실제로 일어난 것이란 말인것 같다. 제목 그대로 여기 나오는 악인은 실제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른 이들로 하여금 범죄를 저지르도록 교묘하게 유도한다. 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었지만 그 처벌에 대해선 천차만별이다. 1960년대 미국의 경우는 살인의 '공범'으로 사형을 선고한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자살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가 되더라도 무죄로 판결났다고 한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남을 교묘하게 범행을 저지르게 만드는 이런 사람이 가장 위험한 존재가 아닐까. 추천의 말을 남긴 표창원님은 아마 <죄와 벌>의 속편이 있었다면, 유형생활을 끝내고 사회로 돌아온 라스콜니코프가 자신의 손에는 피를 묻히지 않을 채 인간의 악한 본성을 자극해 살인을 저지르게 한 <속삭이는 자>의 '앨버트'가 되지 않았을까?(p.618,619)라고 말한다.


다섯명의 여자아이들이 실종된다. 그리고 돌아온 건 왼팔 뿐이다. 하지만 발견된 왼팔은 모두 여섯이다. 아직 한명의 피해자가 남아있다. 그 아이가 희생되기 전에 찾아야 한다. 실종아이 찾는 전문가인 밀라가 이 사건에 투입된다. 텃세를 부리는 듯한 형사와 초반부터 누군가의 미행을 당하는 것 같은 느낌. 하지만 밀라는 그에 굴하지 않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건에 접근한다. 발견된 일부만으로도 첫번째 희생자와 미지의 여섯번째 피해자가 의자매를 맺은, 잘 아는 사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그저 이 사건은 어린 소녀들의 납치 살해사건에 국한 되는 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범인은 직접 피해를 받은 아이들 뿐 아니라 그 부모들에게도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진짜 피해자는 바로 저들인 거야. 범인은 저 부부들을 연구했고, 그들을 골랐던 거지. 외동딸만 가진 부부들, 그들에게서 슬픔을 극복하고, 상실감을 달랠 기회마저 박탈하고 싶었던 거야. 저 부모들은 죽는 날까지 범인이 한 짓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거야. 범인은 저들의 미래를 앗아가면서 고통을 가중시켰어. 미래를 기약할 기회를, 죽음을 극복할 기회를 모두 빼앗아버린 거지..."(p.81,82)이 이야기는 단순하게 아동납치 살해, 그리고 고통받는 가족들에서 끝이 아니라 아이들의 시체가 발견되는 장소에서 또 다른 범죄와 연결된다. 어린 소녀들의 납치 살인사건을 큰 축으로 또 다른 범죄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곳에 있으면서 그들을 범행을 하도록 조정하는 "앨버트"는 과연 누구일까.


이 소설을 다 읽은 후에 '뫼비우스의 띠'라는 말이 머리속을 맴돌았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 사건은 처음과 끝이 다시 만난 느낌이다. 한치의 틈도 보이지 않을 만큼 정교했던 이야기. '프랭키'라는 이름이 다시 등장했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는 이야기. 도나토 카리시. 당신 최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