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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클로이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6월
평점 :
내 시계가 멈춘날....
그렇게 그녀의 일기는 시작이 된다. 폭죽이 터질 때 같은 냄새,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시선...
클로이는 사고로 다리를 잃고 휠체어를 탄다. 그녀가 어떤 사고로 다리를 잃었는지의 이야기는 소설이 다 끝나갈때즘 알게된다. 14시 50분 그녀의 시간이 멈춘날...
산지는 존재도 몰랐던 고모의 도움을 얻어 미국으로 왔다. 그는 사업차 왔지만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본국으로 되돌려 보내질까 두려웠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아했지만, 요즘 미국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보면, 뭐 그리 놀랄일도 아니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이 있어서는 안되는데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런 차별들은 존재한다. 산지가 고모의 존재를 몰랐던 이유 중 하나도 그 때문이다. 인도의 카스트라는 계급 장벽에 막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위기에 놓였던 고모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모부 디팍과 다른 세상으로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핏줄이라는 것은.. 산지와 고모 랄리와의 서먹할 줄 알았던 관계를 단숨에 사라지게 했다.
고모부 디팍은 얼마남지 않은 수동 엘리베이터 승무원이다.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 엘리베이터가 매우 낭만적인 것 같다. 헌데, 함께 야간조로 일하는 동료의 급작스런 사고로 인해 디팍이 퇴근하는 이후로는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없어 입주자들은 곤란을 겪게 된다. 더욱이 이 아파트 9층에 사는 클로이로서는 매우 난감한 일일 수 없다. 입주자 회의에서는 이번 기회에 수동 엘리베이터를 자동으로 바꾸려고 했지만 의도대로 되지 못했고, 디팍의 조카인 산지가 잠시 동료가 나을 때까지만 야간조에서 일을 하게 된다.
우리를 갈라놓는 거리가 두 대륙 사이의 바다인지 아니면 9층인지. 그것보다는 정확히 40센티미터가 훨씬 큰 거리예요.(p.330)
산지와 클로이의 예쁜 로맨스에 책장이 빨리 넘어가는 그런 소설이다. 하지만 로맨스 소설에 앞서 우리에게 질문거리를 많이 던진다. 인종차별과 장애에 대한 편견 그리고 신분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말이다. 언젠가 읽었던 <명예살인>이라는 책에서도 느꼈지만 외부 사람들이 보기에도 무척이나 잔인했던 일들이지만 다른사람들의 비난보다 그런 풍습(?)을 가진 이들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고쳐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런 제도에 대해서 방관자적인 태도를 보이겠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은 되돌아보지 않고 남에게 비난만 일삼는 사람들이 문제라면 문제일테다. 산지의 고모도 카스트제도에 얽매여 집안에서 허락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 타국으로 떠났지만, 어쩌면 그것도 일종의 반기를 든것이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다시금 돌아가 자신의 권리를 찾음으로써 또하나의 벽에 부수는것에 일조를 했을 것이다.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잃은 클로이도 세상에 당당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과연 우리나라라면 가능했을 일일까? 그녀의 사고를 안타까워 했지만 마음이 변하는 사람에 대하서도 어쩔 도리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그가 클로이 곁에 남았다면 다른 느낌이었을까. 하지만 당당한 클로이가 맘에 든다. 사고전과 같을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클로이는 사랑스럽다.
인생의 나락이란 있을수 있을까. 디팍의 말처럼 우리 인생사 항상 오르락 내리락 하는거 아닐까.
나는 의심의 여지없는 한 가지를 알았다. 최악이라고 보이는 것에 이르렀을 때, 인생은 숨기고 있던 경이로움을 드러내 보여준다는 걸.(p.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