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의 죽음으로부터

레이첼의 죽음으로부터
플린 베리 지음, 황금진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5월

에드거상 최우수신인상 수상한 압도적인 페미니즘 심리 스릴러.

노라는 런던을 벗어난 외곽 마을에 살고 있는 언니와 주말을 보내기 위해 기차를 탔다. 언니는 마중 나오지 않았다. 페노와 함께 노라를 만나러 오는 것은 아닐까. 발걸음을 옮겨 언니의 집으로 향한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노라는 문을 연다. 노라는 잔인하게 죽어있는 이미 숨이 멎어 있는 언니를 발견한다. 어렸을 때 의지할수 밖에 없었던 언니의 죽음을 발견한 동생의 마음을 이해할수 있을까.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일수 있을까. 처음에는 스릴러라는 이름 때문에 레이첼의 15년전 폭행사건과 결부되서 범인이 잡히는게 아닌가 했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동생 노라의 관점에서 언니의 죽음과 과거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나서게 된다. 아마도 나라면 가족의 그것도 내 자매의 죽음을 겪었고, 왠지 모를 지지부진한 경찰의 대응을 대하게 되었다면 무척이나 흥분하고 저돌적으로 행동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노라는 매우 차분하게 언니의 죽음을 파헤쳐 나간다.

과거 언니가 당했던 폭행 사건도 술을 마시고 새벽에 길을 나섰다는 이유로 언니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우리에게 "피해자다움"을 바라는 경찰을 노라 또한 믿지 않는다. 때론 경찰들은 참 범인도 잘 잡고 일을 잘 해결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도 해결되지 않으며 다른일에 치여서 손을 놓게 되는 경우도 보게된다. 아마도 노라는 그것이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나라도 그러지 않을까. 가족을 잃었는데, 누구에 의해서인지도 왜인지도 모를 그런 답답함만을 안게 된다면, 남겨진 가족들도 온전한 삶을 살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노라는 몰랐던 언니의 비밀들을 하나씩 알게된다. 언니가 몰래 이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는것, 입양된 페노는 방범용으로 훈련된 개였고, 언니 차에는 짐이 가득찬 여행가방이 있었다. 언니의 집 주변을 배회하던 스토커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경찰은 노라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과연 레이첼은 죽인 범인은 누구였을까..

자, 회피한다고 얻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는 고통 속에 있으며 이를 피할 수는 없다.

노라는 언니 레이첼의 죽음을 회피하고 싶었다. 어느 누가 그러지 않을까.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는다. 회피하고 싶지만 피할수 없는 고통을 아주 섬세하게 그리고 압도적으로 풀어나간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