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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거 시험에 나와요? - 부끄러운 교생 일기
김충하 지음 / 이노북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아주 낯설지는 않다. 아무래도 나는 과외 교사이다 보니 이런 질문은 말고, 주로 "이거 왜 배워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나는 이과 갈 것은 아닌데, 왜 유전을 배워야지요? 나중에 어디다 써먹어요?"라는 아주 난감한 질문. 왜 우리 아이들은 이런 질문을 할까? 그런데 보면 그런 질문을 하는 아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나만이 알고 있는 공통점... 나중에 유전이라는 것이 자신과는 상관없을지라도 내가 사는 세상이 궁금하지 않을까. 자신의 생각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나는 절대로 시를 배워야만 감수성이 풍부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수학이라는 것은 계산을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아마도 아이들의 그런 생각은 잘못된 방법으로 교육을 이끄는 어른들 탓일런지도 모르겠다. 무언가를 배울 때 '내가 왜 이런 걸 배워야 하지?'보다 '내가 이걸 통해서 뭘 배울 수 있지'를 한 번 고민해 봤으면 좋겠어. 그걸 고민하고 궁금해하고 배우려 한다면 비로소 너희는 주인의식을 가진 학생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p.68~69)역시 나와 생각이 틀리지 않는다.
나는 정식으로 교직이수를 하지 않아서, 교생실습은 하지 않았지만, 직업이 그렇다 보니 학원에서 마이크를 들고 수업도 해봤고, 소수 인원만 데리고 해본적도 있다. 처음 수업을 하던때는 혼자서 중얼중얼 연습도 많이 했었다. 혹시 실수하지 않을까, 혹시 잘못 설명하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저자가 느꼈을 감정을 아마 조금은 이해하기 쉬운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의 순수함도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교생선생님들이 오셨을 때가 생각났다. 그 한 달 동안은 우리도 함께 설레이지 않았을까. 아마 매번 보던 선생님과 다른 대학생 선생님이라는 점...이라든지... 참 너무나도 아련히 멀게 느껴지는 추억들이다.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내 친구들보다 조금 더 젊게 살수 있는 것은 아이들과 함께 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내게도 그런 기억이 있다. 때론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들 이름을 외우라고 물어보던 아이도 있었고, 때론 이 책은 선생님한테 맞을꺼라고 무작정 읽어보라고 빌려주던 아이들도 있었다. 간혹 그런 생각이 떠오르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기도 한다.
이 책은 두려움으로 시작해서 그리움으로 끝난 한달간의 교생 생활의 기록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힘들었지만 보람차고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시간들, 아마도 아이들에게도 그런 시간이지 않았을까. 그 옛날 교생선생님이 오시는 그 설레임으로 시작해서 역시나 그리움으로 끝냈던 그 추억이 머리속에서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