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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나무 작업실
소윤경 지음 / 사계절 / 2020년 3월
평점 :
저자께서 화가시나 보니 아무래도 표지도 직접 그리셨겠다 싶다. 책커버를 열자 아마도 작업실에서 바라보는(?) 사진으로 된 책표지가 보인다. 확트여 있어서 좋다. 부제목도 <붓끝을 따라가는 화가의 하루하루>가 있다. 그녀는 이 책이 시골에 살며 그림 그리는 일을 하는, 한 오지 여행자의 생활 수기라고 소개한다.
내가 통과하고 있는 오후의 시간,
빛의 각도와 정원에 새로이 핀 꽃들, 새들의 지저귐을,
차 한잔과 함께 찬란한 당신과 나누고 싶다.
(프롤로그 中, p.7)
양평의 집이자 작업실에 저자와 함께하는 강아지 보리가 있다. 원래 조막만했던 거북이가 훌쩍 자란 "떡붕이"가 있었는데, 마당에 잠시 내놨다가 한눈 판사이에 자연에 이끌려 가출을 해버렸다. 자연에 심취한 떡붕이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동물이던 사람이던 자연을 그리워하는 것은 마찬가지인것 같다. 예전같으면 도시가 아닌 곳에선 하루이틀 여행가는건 괜찮지만 살라면 못살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저자의 삶이 부럽기는 하다. 나야 일을 혼자서 하는게 아니므로 이렇게 전원주택에서 살려면 아마 은퇴를 해야할터인데, 도시가 아닌 곳으로 좀 벗어나서 강아지랑 고양이를 키우면서 책을 읽으면서 살아가고프단 생각에 불을 지피는 그런 글이다.
자동차를 타는 것도 무섭지만, 낮선곳이 무섭고, 파도소리가 두려워도 강아지 보리는 저자와 함께라는 것을 더더욱 좋아하는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개와 고양이와 책읽고 산책하는 그런 삶은 언제나 올까. 아마 호두나무 작업실처럼 마당이 넓은 곳이라면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서 잡초 무성한 흉가가 될까 걱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개가 보초를 서준다. 집 앞에 낯선 차가 오거나, 낯선 사람이 얼씬대면 가차 없이 달려나가 짖는다. 영혼이 외로운 사람에게 하늘에서 개를 보내준다고 했던가.(p.192)
나는 이부분이 맘에 들었다. 영혼이 외롭든 아니든간에 어쨌든 강아지와 함께 하는 전원의 삶은 꽤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