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역사 - 책과 독서, 인류의 끝없는 갈망과 독서 편력의 서사시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정명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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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가 기승을 부린다. 외국에서 입국해서 혹은 확진자와 접촉때문에 자가격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헌데,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이 힘들어서인지 아니면 이기심 때문에 무단으로 이탈하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나는 책만 많이 넣어준다면 2주든 3주든 외출하지 않고 자가격리를 잘 할 텐데 말이다. 그만큼 그냥 책이 좋다. 재밌는 책을 다 읽지 못할까봐 조바심이 나곤한다. 그래서 대단한 독서가들을 보면 감탄스러움을 놓을수 없다. 특히나 이 책의 저자인 알베르토 망구엘은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으로 재직중이고 작가이자 프랑스 예술문화훈장을 수상했으며 '책의 수호자', '우리 시대의 몽테뉴', '도서관의 돈 후안'등으로 불리며 명실공히 세계 최고 수준의 독서가이자 장서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들었던 생각이 나는 요즘에 태어난 것이 참 잘한 일이다 싶다.수 세기 동안, 그리고 수많은 나라에서 이뤄졌던 것을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중세 말기와 르네상스 초기의 기독교 사회에서 읽고 쓰기를 배우는 것은 - 교회 밖에서 - 거의 귀족과(13세기 후에는) 상류층 부르주아들의 특권(p.108)이라는데 그 예전에 혹시라도 상류층이 아니었다면 억울해서 어찌 살았을지 모르겠다. 또한 아르헨티나의 작가인 에세키엘 마르티네스 에스트라다는"책을 읽으면서 그전에 다른 책을 읽었을 때를 회상하고 서로 비교하면서 그때의 감정을 불러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독서야말로 가장 세련된 형태의 간통이다.(p.37)"라며 체계적인 도서 목록을 불신하고 그런 간통 같은 독서를 권장한다. 솔직히 한때는 어느 학교의 권장도서라든지, 아니면 가끔 독서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책들을 읽은적이 있다. 모두가 다 아는, 요즘에 유행하는 그런 책을 꼭 읽어야만 하는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런 독서의 형태를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누군가의 지배를 받는 그런 독서는 싫다. 자신만의 독서의 색을 잃는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능하다면 나만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 조금씩 그 독서의 폭을 넓혀가고 싶다.


요즘 참 안타까운 일 중의 하나는 독서인구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의 발달은 우리를 책에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고야 말았다. 수 세기에 걸쳐 수많은 독재자들이 잘 알고 있었다시피 대중은 문맹일 때 가장 다스리기 쉬운 집단으로 남는다(p.406)라는 말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된다. 피에르 볼의 <혹성탈출>에서도 인간이 유인원의 지배를 받게 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두뇌를 쓰는 일을 싫어하게 되었다. 더 이상 책을 읽지 않았다. 추리소설을 읽는 것조차 피곤한 일이 되어버렸다. 영화는 유치해서 우리의 마음을 끌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유인원들은 조용히 생각했다. 그들의 두뇌는 고독한 사색 속에서 발달했다."라고 말한다. 양질의 독서라는 것은 누가 판단하는 것일까. 고전을 읽어야 양질의 독서일까, 인문학 서적을 읽어야 양질의 독서를 하는 것일까. 어떤 책의 종류를 읽는다는 것보다는 독서후에 사색이 단연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활자라는 자체로만 남들에게 보여주기식의 독서가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책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책과의 의사 소통은 입술과 혀 끝이 아니라 두 뺨의 홍조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받아들여지거나 보내지는 법이다(p.84)라는 말이 더욱더 마음에 와닿는 것도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정말로 책읽기를 좋아하는 독서가들은 책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사색을 하면서 두뇌를 쓰기때문에 그래서 독재자들은 대중이 독서가로 변하는 것을 제일 두려워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냥 책이 좋다. 무거워도 좋고 가벼워도 좋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책과 소통하고 싶다. 그 속에 담겨 있는 옛 현인들을 지혜도 만나고 싶고, 미래도 만나보고 싶고, 그리고 설레는 마음도 느끼고 싶고 뒷내용이 궁금해서 눈커풀을 들어올리면서 밤을 새워가며 그렇게 읽고 싶다. 그리고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과도 시간가는줄 모르게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염없이 하고 싶다. 아마 이런 생각은 이 책을 둘러봐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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