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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도르래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ㅣ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0년 3월
평점 :
미스터리 전문 서점. ' 살인곰 서점', 나랑 완전 맞는 서점이다. 책속에서 애정하는 마이클 코넬리가 언급되어서 더더더욱 맘에 든다. 한때 일본 작가들의 비전문적인 사람들, 날카로운 관찰력을 가져서 미스터리한 일들을 해결하는 풍의 소설을 많이 읽었었다. 표지도 너무 끌렸고, 짧은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에 실제로 굵직한 사연이 들어 있었던 이야기들. 서점 주인도 있었고 바리스타도 있었고 말이다. 그래서 이 책도 전작이 있다고 해서 비슷한 류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한가지 사건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아마도 탐정계에도 비수기 바람이 불었나보다. 살인곰 서점일을 도우며 탐정일을 하고 있는 하무라 아키라. 서점이 일주일에 사흘만 열게 되면서 수입이 대폭 줄어들어 난데없는 생활고로 고생중이다. 자신의 "백곰 탐정사"에도 좀처럼 의뢰인이 찾아오지 않는다. 어느날 74살의 할머니의 뒷조사 의뢰가 들어오고 미행을 하던 가운데, 싸우는 소리가 들렸고 갑자기 할머니가 아키라의 머리위로 떨어지게 된다. 안되는 사람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미쓰에 할머니와 인연으로 그녀의 연립에 머무는 대신 시시콜콜한 일들을 돕게 된다. 미쓰에 할머니의 손자 히로토는 8개월전 아버지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했으나 사건에 대한 일시적 기억상실을 겪고 있다. 히로토에게 그날의 기억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아키라. 그런데 일은 이상한 방향으로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
이 소설의 저자인 와카타케 나나미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스터리 단편의 세 가지 필수 요소를 "적어도 두 번 이상의 반전, 독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인상적인 복선, 그리고 강렬한 마무리"라고 밝힌바 있다고 한다. 그런데 단편에서 과연 이럴수 있을까. 단편에 무지 약한 나는 반전을 찾기도 전에 이야기가 끝나버려 단편은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400여페이지의 장편소설이라면 저자의 말에 수긍할 수 있다. 단연코 미스터리 소설이 갖추어야 할 자세가 아닐까 싶다. 요즘 자주 그런 강렬한 결말들도 장식된 책들을 읽다보니 표지만 보고 이 책을 너무나도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다. 표지가 왜 이리 귀여운지 말이다.
이번 책으로 하무라 아키라 탐정을 처음 만났지만 그녀의 첫 등장은 1996년 <네 탓이야>에서 20대의 날선 탐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의 <녹슨 도르래>에서는 40대 베테랑 탐정이라고 한다. 어쩐지.. 책속의 그녀의 움직임은... 마치 나의 움직임처럼 뭔가 삐그덕 거린다는... 몸은 삐그덕 거려도 베테랑 탐정의 면모를 볼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