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

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
미즈키 히로미 지음, 민경욱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3월

사회보험노무사란 기업의 노동보험 및 사회보험 전반과 관련된 서류 작성이나 제출을 대행하고 노무 관련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 우리나라의 공인노무사가 이를 참고로 제정되었다고 한다. 알아두면 참 좋은 직업인것 같다. 내가 일을 시작하는 초반에는 어렸다고 하기에는 뭘 몰랐고, 지금은 프리랜서격으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듯 하지만 근로자로 일을 한다면 충분히 알고 있어야만 하는 그런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무사라는 표현을 쓰기는 하는데.. 한자에서 와서 그러나 좀 입에 착착 달라 붙는 그런 용어는 아닌것 같다.

히나코는 졸업후 정규직 취업에 실패해 파견사원으로 여러 회사를 전전하다가 사회보험노무사 시험에 합격하고 정식 노무사 사무소에 취직한다. 여시 자격증의 위엄이라고나 할까. 26살 히나코가 어려보여 그녀의 조언은 떨떠름하게 받아들이려 해도 정식 노무사라는 말에 모두 진지하게 상담을 한다. 히나코의 이름이 일본어로 병아리를 뜻하는 히요코와 발음이 비슷해서 야마다 노무사사무소 니와씨는 그녀를 '병아리씨'라고 부른다. 정식 노무사로서는 신참이니 뭐 어울린다 하겠지만 지속적인 병아리씨는 곤란할것 같다.

사회보험노무사인 히나코 그녀가 해결하는 여섯가지 사건들이 있다. 쓰지못한 연차만큼의 급여를 달라는 무단 퇴사자, SNS에 비난글을 올린 종업원을 해고하고 싶다는 간부, 육아휴직에 부정적인 IT기업 대표, 파견직원과 정사원의 대결, 직원을 마구 대하는 상사, 연장근로수당이 늘면 곤란하다는 총무부장이다. 히나코는 법률적인 문제로 접근하다가 그 속에 숨겨진 진실에 대면하게 된다. 역시 한쪽말만 들어서는 안된다는 말이 진리인것 같다. 양쪽말을 들어보면 본심은 무엇인지, 진실이 무엇인지 파헤칠수 있다. 아무래도 근로자가 약자이다 보니 억울한 면이 있겠거니 하고 시작했지만 결국에는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겠다는 쪽으로 흘러 씁쓸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찌 사람이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만 하겠는가. 자신의 행복이 보장되어야지만 자신이 속한 직장에서도 충실하게 일을 할것이 아니겠는가. 그것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는게 문제가 아니겠는가 싶다.

히나코가 파견직원이었던 시절 억울하게 계약연장이 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설명하려던 히나코에게 과장은 "이유를 들어도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 결정은 결정이다"라고 말을 한다. 나는 왜 이 말에서 오래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참 냉정한 세계를 표현하는 말 같지만, 그 말은 진실이다. 내가 만약 히나코 또래였다면 절대 받아들이지 못했을 말인데, 지금의 나이가 되니까... 공감하면서... 수긍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왜 히나코는 그 말을 수긍했을까. 어쩌면 내가 20대인 시절보다 지금 시대가 더 인간미가 떨어지는 세상이라 그런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