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건축가다 - 자연에서 발견한 가장 지적이고 우아한 건축 이야기
차이진원 지음,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집. 집은 참 중요하다. 사람들만 멋있는 건축물을 짓는다고 생각했는데, 세심이 들여다 본 이 책을 읽고 난후, 아니 읽는 중에도 그 생각은 이미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그들은 정말로 엄청난 건축가임에 틀림없다. 그냥 내가 생각했던 새둥지라는 것은 나무 위에 나뭇가지를 가지고 만든 것. 하지만 이 책에서는 다양한 건축가들이 등장한다.


물론 새들도 다 집을 짓는 것은 아니다. 어떤 조류들은 둥우리를 짓지 않고 안전한 장소를 골라 알을 낳거나, 다른 새 둥우리에 알을 낳아 기르게 한다. 흔히 뻐꾸기가 대표적인 탁란 조류로 널이 알려져 있지만, 그 밖에도 탁란새들이 많다. 전 세계 조류의 약 1%가 전형적인 탁란성 조류라고 한다. 특히 벌꿀길잡이새의 새끼는 자그마한 부리에 갈고리가 나 있어 태어나자마자 숙주의 새끼를 찍어 죽인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숙주 새들도 호락호락 당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기생 조류의 알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면 그 알을 둥우리 밖으로 차내거나 둥우리를 버리기 다룬 곳에서 다시 시작하기도 한다. 역시 자연의 법칙은 무섭다.


특이한 스타일의 건축가들도 많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제비집이다. 아무리 사람들이 별거별거를 다 먹는다고 하나 어떻게 제비집을 먹을 수 있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새 둥우리가 바로 제비집이라고 한다. 금빛 제비라고 불뤼는 금사연은 침을 다량으로 분비해 둥우리를 짓는다고 한다. 감사연의 침은 아교처럼 끈끈한데,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공기와 접촉하면 단단하게 달라붙는다. 이 제비집은 폐를 윤택하게 하고 정력을 왕성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진귀한 식품이 되었다. 하지만 인간이 제비집을 채취하는 과정은 참 잔인하다. 채취한 제비집에 이미 알이나 새끼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마도 식재료를 이용하기 위해서 알은 세상을 보지 못할 것이고 새끼도 어른이 되는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다. 참 잔인한 인간일수가 없다.


재미있는 둥우리들도 많은데, 그중에 제일 재미있는 것은 힐라딱따구리와 요정올빼미의 관계다. 요정올빼미는 구멍을 뚫지 못해서 힐라딱따구리의 구멍에 함께 살게 된다. 요정 올빼미는 둥우리에 들어오는 장님뱀을 생포에 둥우리 안에서 살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뱀인 장님뱀은 둥우리 밑바닥에서 수많은 조류 기생충과 작은 곤충들을 먹게 되고, 요정올빼미는 장님뱀을 잡아 힐라딱따구리가 집을 비운 사이 집을 지키면서 임대료를 내는 공생관계이다. 참으로 재밌지 않은가.


인간들은 참 자연에 많은 해를 끼치면서 산다. 우리는 나무 한그루 베어낸다고 생각하지만 나무에는 천적을 피해 교묘하게 숨어있는 새들도 있을 테고, 자연이 만든 멋진 건축물도 있을 터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도 자연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새 둥우리와 새알 수집 열풍이 불어 많은 새들을 위협에 빠트렸고, DDT 살충제로 인해 새알 껍질을 얇아지게 했고,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조류의 알을 낳는 기간이 평균 9일 앞당겨지게 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제 함께 그들만 공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생하며 오래오래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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