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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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표지를 보고 든 첫느낌은... 식물들과 "사랑이 없는 세계"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요리를 좋아하는 남자 후지마루, 식물을 사랑하는 여자 모토무라. 마치 이 소설은 두 남녀가 겪는 성장통 같은 이야기이다.


T 대학 근처 엔푸쿠테이에서 일하는 후지마루는 단골인 T대학 마쓰다 교수의 연구실로 음식 배달을 나간다. 식물에 대해서 연구하는 대학원생들에게 호기심이 생겼고, 그들이 연구하고 있는 식물학이란 게 무엇인지도 알고 싶어졌다. 특히 모토무라에게 사랑고백을 했다가 보기좋게 거절당한다.


"식물에는 뇌도 신경도 없어요. 그러니 사고도 감정도 없어요. 인간이 말하는 '사랑'이라는 개념이 없는거예요. 그런데도 왕성하게 번식하고 다양한 형태를 취하며 환경에 적응해서 지구 여기저기에서 살고 있어요."(p.96)


'사랑이 없는 세계'에 사는 식물 연구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마음 먹어 누구하고든 만나고 싶지 않다는 모토무라. 역시 과학도 답다. 하지만 정말로 뇌가 없고 신경이 없다고 그들의 세계가 사랑이 없는 세계일까? 물론 유전학에서는 실험을 위해 자가수분(유전자가 동일한 개체끼리 수정)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자연계에서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수분한다. 곤충이든, 바람이든, 물로든 어떠한 방법으로도 수분을 이루어질 텐데 서로 다른 종이 교배되는 경우가 있을까. 그런 변종을 들어본적이 없는데... 말이다. 없어야겠지... 내가 알기론 없는데, 그럼 이 식물들도 종을 뛰어넘는 그런 수분은 일어나지 않으므로 같은 종을 끌어당기는 어떤 마력같은것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다만, 모토무라는 자신의 일이 너무 좋아서 자꾸만 관심이 가는 사람에게 벽을 치기 위한 수단으로 식물의 세계를 '사랑 없는 세계'라 단정짓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다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픈 모토무라의 뜻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다고 꼭 사랑이라는 감정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좀 더 시야를 넓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었다고 하면 설명이 될까.


모토무라의 일상을 쫓다보면 멘델의 법칙이나, 유전공학, PCR, 프라이머등의 용어들이 나오는데, 그나마 다행인건 그 이야기를 좀 알아들었다는 것이다. 뭐 책을 읽는데는 별 문제가 없겠지만 - 워낙에 설명이 잘되어 있어서 - 그래도 이미 알고 있는 용어들이 등장을 해서 무난하게 읽을 수 있었다. 젊은이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해 나가기 위해 매진하는 것은 좋지만, 그래도 살짝 여유를 부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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