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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평점 :
어렸을 때, 인상 깊었던 드라마가 있었다. 왜 그나이에 인상깊음을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제목이 맘에 들어서였을까. 그 제목이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였다. 내가 기억하는 박완서님의 작품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였는데,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도 작가님 작품이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작가를 눈여겨 본지 얼마 안되서 그런가보다.
이 책은 박완서님의 소설, 산문, 동화 등 단독으로 출간한 도서들에 작가가 직접 작성한 서문과 발문을 엮은것이다. 처음에 책을 펼때는 아무리 유명한 작가여도 뭐 이런게 재미가 있을까 했는데, 여지없이 나의 무지함이 또 드러나고 말았다. 오히려 작가님의 문학세계가 궁금하고 읽고 싶은 책이 늘어나게만 되었다.
작가님은 40세라는 늦은(?) 나이에 등단하셨다. 그 첫작품이 <여성동아> 여류 장편 소설 모집에 응모해서 당선된 작품이다. 1985년 재출간될때 요새도 나는 글이 도무지 안 써져서 절망스러울 때라든가 글 쓰는 일에 넌더리가 날 때는 『나목』을 펴보는 버릇이 있다. 아무데나 펴들고 몇 장 읽어 내려가는 사이에 얄팍한 명예욕, 습관화된 매명으로 추하게 굳은 마음이 문득 정화되고 부드러워져서 문학에의 때묻지 않은 동경을 들이킨 것처럼 느낄 수있으니 내 어찌 이 작품을 편애 안 하랴(p.23)라고 쓰셨다. 당신께서 편애까지 하셨다고 하니 어찌 궁금하지 않을까. 그래서 당장 도서관에 검색을 했다. 아무래도 오래된 작품이지만 읽어봐야겠다.
책을 읽다보면 고전의 중요성을 말하는 경우가 종종 볼 수 있다. 제목을 알고 대강 내용은 알지만 정작 본책은 읽지 않는 책들. 하지만 난 굳이 고전이다 아니다를 구별하고 싶지 않다. 우리 문학사들의 거장의 책들을 굳이 고전으로 분류하지 않아도 나름 의미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선생님의 책들의 서문들을 읽어보니 아주 오래 전에 발표되었던 책들도 무척 궁금해진다. 여전히 독자들이 사랑해주고 있음을 감사하셨던 마음, 더 젊은 작가들에게 문학상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후배작가들을 생각하시던 그 마음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전해져 왔다.
"책에도 팔자가 있단다"며 말씀하셨다고 한다. 어떤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겠지만, 또 어떤 책은 신랄한 비판을 받기도 할터이다. 하지만 그 책을 써내려갔던 작가의 고뇌, 한권의 책으로 세상에 내놓으려는 출판사의 노력을 생각하면 함부로 책을 비난하기 보다는 그저 나의 무지함만을 탓하는 편이 옳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독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책들도 언젠가 빛을 볼수 있을 날이 있을테니 말이다. 아무래도 올해는 선생님께서 오래전 발표하셨던 책들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