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넌 고마운 사람
배지영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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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10대 시절.. 항상 라디오를 틀어놓고 공부를 했다. 독서실에서는 이어폰을 꽂고 사연과 노래를 들으면서.. 낮보다는 밤이 되면 차분해지고, 음악과 함께 디제이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지면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사연들은 내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요즘처럼 보이는 라디오도 없이 온전히 청각에만 의지했던 그 시절..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공테이프에 녹음해서 듣던 그런날들은 이제 추억만으로 남아 있는것 같다.

 

헤어진 연인에게 혹은 고백하지 못한 사람에게 전하는 이야기이면서 또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런 이야기들이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가 있어

태평양 어느 부근에서 포착됐다는

이 고래의 주파수는 52헤르츠

일반적으로 고래는 12헤르츠에서 25헤르츠 사이의

주파수로 의사소통을 해

결국 이 고래의 소리를 다른 고래들은

전혀 듣지 못한다는 얘기야.

- 딱 한 명이면 돼 中(p.17) -

 

언젠가 이런 고래의 이야기를 들은것 같다. 친구를 찾기 위해 노래를 부르는데, 주파수가 맞지 않아서 아무도 듣지 못하는 그런 고래 이야기. 이 넓은 세상에서 정말로 나를 이해해줄 사람은 딱 한명이면 될것 같은데... 그 한명을 만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은 아닐것이다. 하지만 우리들도 내 노래를 들어줄 사람을 만나기 위해 끝없는 여행을 하는것 같다. 그것이 사랑이든 우정이든. 정말 그 노래를 들은 이를 만난다면 행복하겠지만, 그 노래를 들었다고 착각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닮아가기도 하고, 인연을 끝내고 후회하는 일도 있지 않을까.

 

제주 왕나비는 다른 나비에 비해

몸집도 크고 날개도 크다지만

그래봐야 여전히 작고 연약한 나비일 뿐이잖아.

차라리 제주도에만 있으면 될 것을

굳이 위험한 바다를 건너고 내륙까지 건너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이유는 뭘까?

- 홀로 날지 않기를 中(p.145) -

 

정말로 제주 왕나비는 철새들 마냥 길을 떠난다고 한다. 이동중에 새끼를 낳으면 부모 나비들은 죽고, 새끼 나비들이 부모가 가고자 하는 곳에 도착한다고 한다. 아마도 내륙까지 건너갔다가 다시 돌아온 나비는 그 자식들 아닐까. 이 나비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물론 그 이유는 나비들만이 알겠지만 그들의 행동은 우리네 사람들과 같은것 같다. 힘든 여정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비들이 홀로 날지 않기를 다른 나비가 함께하기를 바라고 있다.

 

고래든 제주 왕나비든 혼자인 것 같지만, 또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홀로 외롭게 노래를 부르는 고래도 그 노래를 들어줄 다른이가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을테고, 제주 왕나비도 함께 나는 동료들이 있기에 바다를 건너는 것도 외롭지 않겠지. 그래서 외로움을 느꼈을 이에게 '이미 넌 고마운 사람'이라고 위로를 전하는 그런 책인것 같다. 그래서 그림도 예쁘고 따뜻해 보인다. 이 책은, "위로란 참 조용한 일"이라는 소제목처럼 뭔가 호들갑을 떨면서 위로해주는 것이 아니라 조용하게 그리고 따듯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줄것만 같다. 힘들었던 하루 끝에 잠깐 숨 한 번 고를수 있게, 나지막히 전하는 위로들. 한번 만나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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