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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얼굴의 여우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5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9년 11월
평점 :
저자의 책들을 보면서 한권쯤은 읽었는줄 알고 당연히 그 작가겠거니 했는데, 아뿔싸! 미쓰다 신조와는 이 <검은 얼굴의 여우>가 첫만남이었다. ㅡ리고 일본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인 '정남선'이라는 이름이 거론이 되면서 이 작가가 참 궁금해졌다. 더불어 다카노 가즈아키 작가가 떠올랐다.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돕다 사망한 이수현씨처럼 국적이 다르지만 그처럼 남을 도와줄 수 있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던 <제노사이드>의 다카노 가즈아키에게 남을 도와 줄 수 있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다카노 가즈아키에게 매우 우호적이고 싶은데, 이렇게 갑자기 미쓰다 신조가 나타나셨으니, 아무래도 이 작가에 대해서 더 조사를 해봐야겠다.
패전후 일본의 한 탄광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이다. 모토로이 하야타는 이곳에서 탄광부가 되어 일을 하기로 한다. 실은 소개업자에 속아 환경이 좋치 못한 곳으로 갈뻔 했지만 아이자토 미노루 덕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모집꾼 남자가 말을 거는 당신을 봤을 때, 아주 오랜만에 정남선이라는 청년이 떠올랐어......."라는 아이자토의 말을 본 순간 무언가 색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탄광에서 힘든일을 하던 어느날, 갱도가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모두들 빠져나온듯 했지만 아이자토만이 나오지 못했다. 시간을 다투어 구조를 해야 하지만 자꾸만 지체가 되고 탄광 마을에 연이어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금줄을 목에 걸고 자살한듯 연이은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아이자토도 목에 금줄을 걸고 죽은채 지상으로 나오게 된다. 마물의 저주인가, 귀신의 장난인가...
'강제 동원은 없다'라는 일본의 주장에 비하면 이 이야기에 서술된 이야기들은 가히 놀랍다. 물론 '강제 동원은 없다'라는 주장은 일부 사람들의 믿음이겠지만, 그래도 일본소설에서 참혹한 징용에 대한 이야기 서술은 처음 접해보는 것이라 당황스럽기까지 했었다. 한수산의 <군함도>에서 언급되었던 당시 조선인의 실상과 다를바가 없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일본에서도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편으로 호불호 보단 그들과 우리에게 얽혀 있는 과거의 매듭을 잘 풀려지기를 바랄 뿐이다.
또한 새로운 주인공 '모토로이 하야타'의 시작을 알리는 첫 이야기로서 그의 날카로운 눈썰미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이야기 속으로 이끈다.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이후 '도조 겐야'시리즈 신작을 기다리는 분께는 죄송하지만, 전혀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만족하실 겁니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하야타의 이야기도 겐야의 이야기도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