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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퍼슨
크리스틴 루페니언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유독 단편을 힘들어 하는 내게 역시나 조금 힘듬을 선사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예전에는 문예지나 신문사의 신춘문예를 통해서 작가로 데뷔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통신망이 발달하면서 SNS(사회관계망 서비스) 입소문을 기반으로 한 신인 작가의 등장이 새로운 방법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바로 이 소설 <캣퍼슨>의 작가 크리스틴 루페니언이 대표적이라고 한다. 이 책에 수록된 「캣퍼슨」은 미국의 대표적인 주간이 중 하나의 뉴요커를 통해 공개되고 조회수 450만건이라는 최고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바로 띠지에서도 확인할수가 있다.
이 책은 「캣퍼슨」을 비롯하여 11편의 단편을 담고 있는 소설집이다.
아무래도 책제목으로 선점된 「캣퍼슨」이 당연히 눈에 띈다. 이십대 초반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여 첫 데이트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소통의 어려움을 다루고 있다고 하는데 왜 난 무섭지. 마고는 로버트를 만나면서 왜지 모를 두려움이나 설레임(이것은 나만 느끼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은 했었다. 당연하지 않을까, 나는 문자에 쓰인 글자 하나하나 까지 설레고 좋았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빨리 마고가 빠져드는 것만 같았다. 그러는 가운데 마고는 로버트가 진실로 이야기 해주지 않은 것이 많음을 느낀다. 그리고서 그에게 만나지 않겠다고 선을 긋는데 그 뒤의 로버트의 행동, 집착이 좀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단편으로 끝나기 때문에 그 뒷이야기는 이어지지 않치만, 요즘 이별을 통보하는 이에게 집착하거나 살해하는 사건이 종종 일어나기 때문에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도 늘상 걱정이긴 하다.
그리고 또 유심히 지켜본 이야기가 「좋은 남자」이다. 역시나 역자도 이 작품이 심리묘사가 돋보이며 「캣퍼슨」과 짝을 이룬다고 평한다. 역시, 나의 느낌(?)은 틀리지 않았어.....서른여섯번째 생일을 맞기 2주전 테드는 앤절라에게 이별을 고한다. 앤절라는 테드에게 얼음물이 든 유리잔을 집어 던지고 자리를 뜬다. (엔젤라가 왜 이렇게 흥분했는지는 직접 확인해보시길) 그런데 생각보다 테드는 피를 너무나도 많이 흘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과거 테드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앤절라에게 단호한 서른 다섯의 테드와는 사뭇 다른 어린 테드가 보인다. 이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들에 비해 긴편인데 그래서 단편에 약한 내게 그게 각인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에 근데 에어컨 좀 켜줄래? 빌어먹을, 이렇게 덥지만 않아도 나에 대해 설명하기가 조금 쉬울 텐데, 저 불꽃이 내 발을 핥고 있는 건가?라는 말을 들으면서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다른 독자들도 나와 같은 생각일까... 앞서 생각보다 피가 많이 흐르고 있었다는 것이 복선일까 하고 자꾸만 앞머리를 들춰보게 만든다.내 말 좀 들어워, 응, 당신들... 난 좋은 남자야. 제기랄. 신에게 맹세한다고.라는 테드의 마지막 말과 더불어 이 소설의 마지막이 애처럽게 들리는 건 왜일까. 난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하지만 나쁜 남자도 아닌건만은 아닌데... 그래요, 당신 테드 당신 좋은 남자예요..라고 한마디 해주면 그가 편할까...아직도 귓가에 테드가 좋은 남자라고 호소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 책을 처음 보고서 다소 놀랬었다. 흐미.. 표지가... 하지만 이 소설집을 표현하기에 딱 적당한 표지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