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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하다
선현경 지음, 이우일 그림 / 비채 / 2019년 10월
평점 :
"하와이 한번 하실래요??" 이 물음에 절실하게 "네!"를 외치고 싶다.
아마 내 나이가 그런 나이인가보다. 휴식이 필요한 나이.. 사회생활을 한지 20여년이 넘어가면서 이젠 조금씩 휴식이 절실해진다. 나름 가족과 여행도 가기는 하지만 그게 어디 휴식인가. 우리 가족의 여행은 전투적일뿐 아니라 온전히 나만의 휴식을 갖기에 매우 힘든탓도 있다. 짧은시간에 많은것을 보고 즐기는 그런 일상을 벗어난다는 여행만 했지, 낯선곳에서 이렇게 오랜 이방인 아닌 삶을 살아본 적은 아직까지는 없었다. 또한 아무래도 앉아도 꼬박꼬박 통장에 생활비가 입금이 된다면 한달이든 1년이든 어디론가 훌쩍 떠날텐데, 나처럼 평범한 사람, 게다가 일을 한만큼 댓가를 받는 프리랜서로서는 감히 상상해볼수 없는 그런 생활이 아닐까 싶다. 지금 내 주무대를 떠나서 외딴곳에서의 삶은 정말로 경력단절로 이어지면서 아마 남은 생은 안봐도 그려질만 하다. 다만 이제 원하다면 조금더 시간이 지나고 은퇴를 한다면 그제서야 나도 어디론가 가서 한달정도 혹은 1~2년정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곳이 내가 좋아하는 제주여도 좋고, 아니면 정말 필자들처럼 다른 나라 휴양지여도 좋을것 같다. 하나 아쉬운점은 필자부부처럼 역동적인 파도타기 같은것은 할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체력이 따라 주지 않을것도 같다. 어쩌면, 내 취미가 역동적이지 않고 책을 읽는다거나 십자수를 한다든지 하는 정적인것이 많아 다행이라고 할수도 있겠다.
야자수나무가 그려져 있는 표지(? 껍데기)를 살짝 들춰보면 원책도 꽃무늬가 있어서 참 예쁘다. 게다가 가볍고 에세이같은 이야기가 참 매력적이다. 추리스릴러를 좋아하는 내게 어울려 보이지 않을것 같긴 하지만 나름 이런 책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치 일기를 써나가듯이 자신들의 일상을 나열한 것이 보는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갖게 해준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나로서는 느낄수 없는 에피소드들.. 이를테면 카이마나 해변(Kaimana Beach)에서 철퍽철퍽 물에오르는 물개 한마리. 수영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유유히 해변으로 올라오더니 찜질방 나들이 온 아줌마처럼 자리를 잡고 드러눕더란다. 다소 낯선 모습이라 사람들이 주변에 모일법도 한데 안전요원들이 달려 오더니 접근금지 명령 깃발을 주변에 꼽더란다. 그래, 바다가 만들어준 그 해변은 사람들만 사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분명 자연은 모든 생명을 가진 이들에게 자신의 한켠을 내어주며 휴식을 즐기기를 바랄 것이다.
나는 필자를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났는데, 남편을 지칭하는 말이 참 독특하다. 글속에 그를 이름 그대로 '우일'이라고 지칭한다. 가끔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귀에 거슬릴정도로 "오빠가, 오빠가~"를 남발하는 이들이 있다. 다른사람들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난 별로...내가 아는 사람도 아닌데 남의 오빠를 그토록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을 필요가 없지 않는가. 근데, 무척 독특하게 필자는 "우일은, 우일은"하며 남편을 칭한다. 한번도 그런 경우를 만난적이 없어서 그런지 색다르게 내게 다가왔다. 개구진 그림이 있었기에 더욱더 이 글이 편한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부부의 환상적인 콤비덕에 하와이가 그리 멀지 않은 바로 우리 옆동네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도시에서 자란탓에 산과 바다로 들로 그렇게 여행을 가면 이런 곳에서 며칠은 좋지만 계속은 못살것 같다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건 그만큼 내가 편안한 세상에 찌들어서 금방에 영화관도 있어야 하고 교통도 편해야 하고... 등등 그래서 이것들을 모두 놓고 떠나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던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테라스에 나서면 파란 바다를 볼수 있는 곳에 커피한잔 들고서 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책을 읽는 삶을 꿈꾸기도 하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조금더 시간이 지나면 그런 삶을 지속적으로 아니더라도 한달, 두달 그렇게 지낼수 있는 그런 시절이 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