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
닐 셔스터먼.재러드 셔스터먼 지음, 이민희 옮김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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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없이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버틸수 있을까. 대재앙이 사람을 어디까지 변하게 할 것인가.


이 책은 물부족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예전에 읽었던 <블랙 아웃>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대규모의 정전 사태로 말미암은 사람들의 이기심. 그것은 그저 암흑속이기 때문에 목숨의 위협까지는 아니었고, 약탈 그 정도에서 끝이 났지만, 이 물이라고 하는 것은 그 부재만으로도 생명의 위협은 충분히 있을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몸의 3분의 1의 수분을 잃게되면 그 자체로 목숨에 위협적이 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우리나라도 물부족국가로 분류되었다고 했는데, 실은 물부족이 우려되는 국가라고 한다. 그렇다고 물부족국가가 아니니 물을 마구마구 써서는 안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수도를 틀면 나오는 물들이 그냥 강물을 끌어와서 쓰는건 아니지 않은가. 어쨌든 한시라도 물은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20여년전에 내가 살던 곳에 큰 물난리가 있었다. 아마도 복개 사업때문에 배수가 잘 안되어서 그해 여름 게릴라성 폭우는 온동네를 물바다를 만들었다. 그때 우리 아파트는 지하실이 거의 물이 차서, 전기도 가스도 그리고 물도 끊긴적이 있었다. 뭐 먹을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소방서에서 나와서 물을 일부 공급을 해주었고, 정말로 더운 여름날에 물 몇바가지로 샤워를 하며 며칠을 지냈던것 같았다. 그때 마트에서도 휴대용 가스같은것도 1인당 1개로 제한해서 판매했었는데 그런 생각이 났다. 만약에 더 심각했던 경우라면 어찌 이 책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남의 일이라고만 할 것인가.


물부족은 사람들을 이성을 잃게 한다. 물을 얻기 위해서 남에게 위해를 가하게 되거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에 항의하며 폭동을 일으키고, 물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베푸는 사람에게 오히려 해코지를 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그런 상황들을 얼리사, 켈턴, 재키, 헨리의 시각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독자들을 이끌며 한시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이 책 말미에 이 물부족 사태가 해결되고 나서 얼리사는 사람들을 네 부류로 나눈다. 먼저 실감을 못하는 부류, 이들은 꿈이라도 꾼 듯 훌훌 털고 아무렇지 않게 생활한다. 다음은 가까스로 살아남아 여전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부류. 솔직히 이런 부류가 대다수가 아닐까. 이 사태는 충분히 모든 이들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기에 충분하다. 많은 사람들이 보금자리를 잃었고, 가족들을 잃었다. 생명의 위협도 받았다. 이 사태에서 살아남을수 없다는 공포감도 컸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성취감을 느끼는 부류도 있다. 난세의 영웅들. 자신이 진정 쓸모 있는 존재임을 자각하고 선행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 마지막으로는 그림자들. 살기 위해 저질렀던 추악한 짓이 들추어질까봐 떳떳하지 못한 사람들. 가장 비열한 사람들 아닐까. 며칠전 문득 예전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때 옷가지를 훔치던 사람이 포착된 사진이 다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것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실종되었는데 물건들을 챙길 생각이 드는 것인지. 어떤 상황이든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을 볼수 있다. 그것이 위협적인 상황이든 아니든간에. 철저하게 이기심에 충만한 사람들은 남의 이목에는 관심없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키기에만 급급하다. 나는 어떤 부류의 사람일까.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그림자들처럼 추악한 짓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지인이 참 재미있을거라 했었는데. 정말로 재미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현실로 다가오면 그다지 재밌지는 않을것 같다. 당장 오늘부터라도 물을 아껴야할것 같다. 읽는 내내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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