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전쟁
이향규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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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이야기가 소설인줄 알았다. 그런데 읽다보니 소설은 아니고 또한 참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작년에 "아일라"라는 영화를 보았다. 터키에서 제작된 영화였는데 한국전쟁에 참전한 터키군이 전쟁고아인 아일라를 맡아서 키우다가 다시 돌아오겠다던 약속을 남기도 본국으로 돌아갔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만나게 되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도 그 영화가 떠 올랐었다. 그 때, 아주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과연 그 젊은이들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참전을 했었을까. 북에 가족을 두고 내려오셨던 아버지, 혹여 북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 불이익을 당할까 이산가족찾기에도 신청하지 않으시고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던 아버지를 둔 저자를 따라 여행을 시작한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이 만나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난 그 일이 잘된 것인지 아닌것인지 판단을 하지 못하겠다. 그 일로 인해서 본격적인 통일에 대해서 논의가 된다거나 어떤 진전을 보여야만 하는데, 정치적인 입지만을 따지듯이 서로들 계산기를 두르리는 탓에 오히려 관계가 더 후퇴한것만 같은건 나의 잘못된 생각일까.


당신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오늘을 바쳤습니다

For your 'tomorrow', we gave our 'today'

- 본문 中 p. 45 -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졌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을 했었다. 과거의 수많은 의병, 독립투사들이 많은 희생을 통해서 우리에게 이런 나라를 물려주었는데 그 후손이라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살아가는것인지. 도대체 나라가 어떻게 이지경이 되었는지 참 개탄스러웠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지금 이시점의 우리를 위한 희생이 비단 우리 조상뿐만은 아니었단 생각이 든다. 어떤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닌, 전쟁영웅으로 칭송받는 것도 아닌 젊은 청년들이 바로 이 땅에서 목숨을 잃지 않았던가. 나의 미래는 그들의 오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만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영국에서 한국전쟁을 '잊힌 전쟁'이라 부를 때,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망각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애초에 아무도 기억하지 않은 전쟁이라는 뜻이었나봅니다.

- 본문 中 p.54 -


당시 한국전쟁에 참전하고 돌아간 영국 청년들에게 그들은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그저 그들은 무기를 반납하고 하프크라운 동전 한닢과 치즈 샌드위치 한개, 그리고 맨체스터로 돌아가는 기차표만을 주었을 뿐이라고 한다. 아무로 한국에 대해서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지 않은가. 우리는 바로 그 땅에서 태어나 살고 있다. 수많은 청년들의 희생으로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결코 우리에게는 시간이 지나 망각되어서도 그리고 애초에 기억하지 않는 그런 전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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