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디 얀다르크 - 제5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염기원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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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회 황산벌청년 문학상 수상


구디, 가디.. 도대체 이게 뭐야... 했는데.. 역시 사람들은 아는만큼 보인다고 무슨 암호인줄 알았다. 구로 디지털 단지, 가산 디지털 단지를 이야기 하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솔직히 난 줄임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고터, 빠바, 생파, 문상.... 뭐가 그리 바쁘다고 말을 줄여서 써야하나. 편협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난 그래도 여전히 줄임말은 싫다.

살짝 뒤에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끄적여 본다.


<구디 얀다르크>는 도전적이고 도발적인 소설이었다. 제목에서 엿볼 수 있는 <구디 얀다르크>의 도발성은 크게 두 가지 지점에서 발원한다. 하나는 <구디 얀다크르>가 주요 무대로 설정하고 있는 구로 디지털 단지로 표상되는 장소성. <구디 얀다르크>는 구로 디지털 단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그를 통해 '말로는 실리콘 밸리를 얘기하고 스티브잡스를 얘기하면서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한국 문학을 비판적으로 넘어서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운다.(p.243)


음... 역시 전문가들은 다르다. 무슨말인지를 하나도 모르겠다. 도전적이고 도발적인것은 모르겠지만 주인공 '사이안'의 치열했던 삶. 그리고 잔다르크를 연상하게끔 하는 그런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명예회복은 되었으나 마녀로 몰려 화염에 휩싸였던 잔다르크처럼 그녀의 내면이 얼마나 상처투성이었을까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어쩌면 이안의 모습속에서 지금 우리의 청년들의 모습을 찾을수도 있을것 같다. 한때의 영광, 하지만 금수저라는 타이틀이 없다면 금방 사그러들지도 모를 그런 영광들 말이다. 구로디지털단지의 전신이었던 구로공단은 이 땅의 젊은 청춘들이 이 나라의 산업개발을 위해 열정을 불태웠던 곳이 아니었나. IMF 이후 테헤란로에 있던 벤쳐 기업들이 구로로 이동하면서 그렇게 구로 디지털단지가 생성되었던지... 뭐 그런.. 내가 자세하게 그쪽일을 모르니 대충 그런 이야기인것 같은데. 그래도 하나 내 뇌리에 박혀 있는건 예전 구로공단이라고 하면 "노동자"라는 말이 퍼뜩 떠오른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이안이 노동자를 위한 노조단체에서 문화국을 담당하는 간부가 되어 <직지심정>이라는 팟캐스트를 시작한다. '직장인의 지랄 맞은 심정'이라는 뜻의 방송인데 꽤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많았다. 후원금도 쌓이고 노동자들의 법적문제를 조언해주는 변호사도 생기고.. 하지만 노조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덩치가 커지게 될쯤 낯선 사람들이 하나 둘 보이자 슬슬 정치색이 가미되자 슬슬 이안이는 한켠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참 씁쓸한 기운을 지울수 없었다. 가진것 없는 사람들이 피땀 어린 노력으로 무언가를 성취해내면 슬쩍 대기업들이 끼어드는 세상, 국민들이 한뜻 모으면 슬쩍 숟가락을 올려놓으려는 정치인들과 함께 사는 세상.. 이안이의 모습에 우리들의 현실이 투영되니 참..


창밖 풍경 대신 미터기를 바라보던 가난한 슬픔에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내릴때까지 내내 울었고 택시 기사는 콧노래를 멈추었다.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 집 바로 앞에 내려주어 고마웠다. 엘리베이터까지 걸어갈 때는 신발을 질질 끌고 갔다. 집에 들어와 현관에서 구두를 벗어 살짝 접어보니 바로 두 동강이 나버렸다. 거기까지 버텨준 구두가 대견하기도 했고, 나도 구두처럼 겉보기엔 멀쩡했지만 위태로운 상태로 팔 년을 산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p. 214)


잔다르크처럼 앞에선 모습은 용감해보이지만 이안이를 그냥 꼬옥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한 대목이다. 어떤 말로 위로가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아무런 말없이 꼬옥 안아만 준다면 그녀에게 위안을 주지 않을까.


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도 참 답이 없다. 이럴때 누군가가 꼬옥 안아주며 위로를 건네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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