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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검정 고무신
노형욱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6월
평점 :
얼마전에 한지은님의 <별걸 다 기억하는>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나와 비슷한 시기의 이야기인지라 공감가는 것이 많았다. 그에 비해 이 노형욱님의 <아빠의 검정 고무신>은 나보다 조금 윗세대 이야기에 저자가 시골에서 자라서 내게 좀 낯선 혹은 부모님께 들었던 그런 이야기들의 이야기 비중이 좀 높다. <별걸 다 기억하는>은 내가 딸아이가 옛날에는~ 하고 이야기 해주는 이야기라고 하면 이 <아빠의 검정 고무신>은 부모님이 옛날에는~ 하며 내게 이야기해주는 그런 이야기이다.
'추억은 수하물(手荷物)처럼 따라다닌다'라는 말이 있듯이, 추억은 우리 인생의 동반자입니다. 살아가다 보면 아주 오래 전에 잊힌 기억들이 우연한 일과 장면을 통해 되살아나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본문中, p.7)
우리는 '옛날에는말야~'라는 말을 항시 달고 다닌다. 아니라고 해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욱더 입에 달고 다니는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저자의 '추억은 우리 인생의 동반자'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옛날 살던 곳, 여행갔던 곳이거나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여지없이 옛날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는 한번도 시골에서 살아본적이 없어서, 그렇다고 찾아갈 시골집도 없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들이 낯선감은 있지만 소풍가면 늘상 정해진 메뉴였던 수건돌리기라든지 보물 찾기들은 나도 안다. 혹시 내 뒤에 수건이 놓이는건 아닌지, 걸리면 벌칙을 어떻게 받을지도 걱정이었고, 보물찾기에서도 큰 보물을 찾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보물 찾은 기억은 없다. 요즘 아이들도 소풍가면 수건돌리기는 하는지, 보물은 찾는지 참 궁금하다. 워낙에 지금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같은 도구에 노출이 많다 보니 예전같은 놀이는 하지 않을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시골은 아니었어도 내 어린시절 중랑천 근처에서 살았다. 지금은 수질이 꽤 좋아지고 주변이 정비가 잘되었지만 내가 초등학교 입학전후에는 살짝 냄새도 나기도 했던걸로 기억한다. 물이 지저분하다고 물로는 들어가지 말라고 엄마가 당부했는것 같은데, 친구들과 놀다가 물에 발이 빠지고 말았다. 그래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 마음에 그때는 바로 내 발이 썩어들어가는줄 알았다. 참 순진했던 시절이다.
이 책에도 '세뱃돈의 진실'이 나온다. 설날에는 이집저집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러 다녔는데, 아마도 예나 지금이나 어린이들은 인사보다 세뱃돈에 더 관심이 가지 않을까. 예나 지금이나 어른들은 설날 세뱃돈이 좀 부담이긴 했지만 아이들은 열심히 세뱃돈 받아서 엄마에게 맡기는 것이 고민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어렸을때부터 엄마가 세뱃돈은 고스란히 내게 주셨다. 그러면 고대로 새학기 참고서를 사는데 썼다. 아마도 우리 엄마는 세뱃돈도 챙기지 않으시고 참고서도 자연스레 해결되어 세뱃돈계의 승자가 아니실까 싶다. 그 영향으로 나도 딸아이에게 세뱃돈을 고스란히 통장에 넣어준다. 그렇다고 딸아이는 참고서를 사지는 않는다. 본인이 그동안 사고 싶었던 것을 당당하게 살뿐이다. 그러고는 친구들은 엄마에게 준다며 왜 그러냐고 내게 묻는다. 그럼 나는 답한다. 니가 세뱃돈을 챙길수 있었던 이유는 할머니의 교육덕분이라고..
옛일을 생각하면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나이가 들어가면 추억을 먹고 사는것은 당연한 것 같다. <생각을 압축한 딱 한줄>의 저자 김건호님은 '행복한 기억은 늙어서 안락한 쿠션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이 가는 몇가지 이야기를 잘 끌어모아서 내 인생의 안락한 쿠션을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