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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걸 다 기억하는 - 어른이 추억 명작선
한지은 지음 / 보통의나날 / 2019년 7월
평점 :
197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를 지나고 1990년대에 어른이 된 나와 우리, 그날의 이야기들... 어른이 추억 명작선
어 이거 난데??
이 책을 처음 만나고 한 이야기다. 어 이건 내 이야기인데~ 대학생이 되어서 1980년생이 후배로 들어왔을때, 아~ 1980년대에도 애들은 태어나는구나를 했다. 솔직히 그때야 몇년차이가 무슨 큰 차이라고 어릴때의 치기 아니었을까. 교복입고 다니던 고등학교를 벗어나니 - 그래도 난 교복세대 - 어른이 되었다고 세상다 내것이 된것처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에서 생각하면 너무나도 우습기만 하다. 그야말로 도토리 키재기였지 않은가. 1900년대에서 2000년이 되면 뭔가 세상이 다 변해버릴것만 같았는데,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고, 똑같은 일상 같은데 벌써 2019년이 되었다. 그리고 뒤돌아 보니 추억거리가 참 많아졌다. 옛날에 어땠냐면 하고 딸아이한테 추억팔이를 하는 모습이 그 옛날 엄마와 내 모습이 아니던가.
제일로 기억나는 것은 휴거(p.251) 사건이다. 1992년 10월 28일 자정이 되면 지구의 종말이 다가와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만 하늘로 올라가 사라진다는 이야기. 지금처럼 채널이 다양하지 못했던 시절에 그야말로 교회앞에서 생방송을 해주던 중계차들이 기억난다. 고등학생 때였으니 그리 어리지 않아서 정말로 종말을 믿은건 아닌데 TV에서 방송까지 해주다 보니 혹시 무슨일이 생기는건 아닌가 집중했던것 같다. 그런데 자정이 지나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사건. 요즘이면 어떨런지. 워낙 방송채널이 많다보니 그냥 뭐 소리야~ 하면서 채널이 돌아가지 않았을까. 그리고 1999년에 세상이 멸망한다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까지..내 살아생전 2번의 종말이 올꺼라 했지만 그 이후로도 아직도 오래오래 잘살고 있다는~
요즘같이 더운날 아이스크림 하나만 물고 있으면 완전 좋다. 그런데 요즘 물가가 너무 비싸지 않나. 내가 딸아이에게 자주 해주곤 하던 이야기가 있는데 바로 빵빠레(p.299) 이야기이다. 아마도 초등학교(내가 다닐적에는 국민학교)시절 100원짜리 아이스크림이 즐비하고 150원짜리 아이스크림은 고급지다고 할판에 300원짜리 빵빠레는 그야말로 VVIP이면서 꿈의 아이스크림이었다. 이 비싼 아이스크림을 엄마가 사줬을 땐, 정말 황홀 그자체인걸 나이먹은 아직도 기억한다. 하지만 우리딸은 멀뚱멀뚱 쳐다보며 이 빵빠레가 뭐, 그냥 다른 애들하고 똑같은걸 한다. 어린 중생이 무얼 알겠누~라면 혀를 찰 뿐이다. 내 나이 더 어렸을적에 초등학교 1학년때였나. 단칸방에서 살던시절 잠이 안와 뒤척 뒤척 하면 엄마가 100원 주면서 과자 사다 먹을래 하시면 냉큼 옆집 구멍가게로 뛰어가서 50원짜리 '딱따구리' 2봉지 사와서 엄마랑 단둘이 먹던 그 맛을 어찌 알겠는가.
지금이야 스릴러 좋아하고, 무서운 귀신들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깜짝 놀래키는게 짜증나서 보지 않는편이지만 내게도 그 순수했던, 어린시절 <전설의 고향>(p.234)을 보면서 덜덜 떨기도 하고 밤에 잠을 못자고 기어이 부모님 이불속으로 들어가던 때가 있었으니 말이다. 특히, 이 책에서 소개하는 그 "내 다리 내놔~~~"는 나도 기억하고 저자도 기억하고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걸로 봐서는 참 명작이긴 한가보다. 지금이야 CG가 어쩌네 저쩌네 한들, 그때의 허술한 분장이여도 마냥 재미있고 무섭고 기억에 남는데 말이다. <브이>에서 다이애나가 쥐를 삼키는 장면 또한 잊을수 없고, 솔직히 어렸을 때 무서워서 제대로 눈뜨고 못봤던 것 같다. 귀신들이 쫓아올것 같고, 외계인들이 와서 지구를 침공할것만 같고, 친구가 외계인인지 아닌지 알아보려면 저것이 빨간피를 흘리는지 초록색 피를 흘리는지 알아봐야 하는데 하는 고민들도 이제는 정말이지 추억들이 되어버렸다.
별걸 다 기억하는 작가를 따라가는 시간 여행이 참 재미있었다. 유독 별나서 사소한것까지 작가가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운만 띄어주면 너도나도 한보따리씩 풀어놀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느끼는 그런 공감력들이 대단하다. 그냥 단어 하나만 던져놔도 밤을 꼬박 세워 이야기할것만 같은데 말이다. "어른이 추억 명작선" 옛날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인것만 같아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