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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공포증
배수영 지음 / 몽실북스 / 2019년 7월
평점 :
몽실북스에서 출간전 연재를 하는 것을 보고 매우 궁금했었는데 말이다. 비로소 그 모든 의문을 풀었다. 사건의 내면에 감춰진 진실이 마음 아프다. 더군다나 아무런 악의 없는 행동일지라도 그 감정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키는 것인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나비효과'라고나 할까. 큰 문제는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얼마나 불편하게 하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로 인한 엄청난 파장은 고스란이 타인의 몫이 되어야만 한다.
경비행기 조종사인 한준은 연인인 희우를 만나러 가던 중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를 당한다. 좁은 어두운 공간속에 갇혀있다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몸에 쏟아진 강렬한 햇빛에 그는 엄청난 고통과 함께 정신을 잃고 만다. 그가 눈을 뜬 곳은 한 병실. '햇빛공포증'이라는 희귀병 판정을 받게된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아니 잊고 싶어서 지워버렸던 과거가 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쏟아진 햇빛과 함께 한준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그를 공포속으로 내몰리게 했다. 최면치료로 만나는 한 소년. 이 소년은 누구일까. 한준 스스로 지워버린 어린시절의 한준은 아닐까. 그의 주치의 김주승은 독단적으로 치료를 진행하고 무언가 숨기고 있는듯한 모습을 보인다. 심리치료사인 소영은 주승의 치료의 의문이 생기고 그가 한준을 낫게 하는 진료가 아닌 더욱더 공포감으로 몰고 가는 것을 알게되면서 날선 대립을 하게 된다.
결과만 놓고 보았을때 한준은 이토록 자신의 삶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볼 필요가 없었다. 너무나도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범죄의 피해자이다. 그러다고 그에게 이런 위해를 가하는 인물의 사정 또한 이해불가인것은 아니다. 따지고 들어가 보면 그 인물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잔인하게 굴 필요는 없었다. 이야기는 계속해서 그 근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간다. 과연 이것이 이렇게까지 파장이 커질만한 일이었던가. 정말로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커다란 폭풍을 일으키듯, 사소한 행동이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문득 생각해보았다. 나는 깨닫지 못하는 나의 행동이 날갯짓이 되어 다른이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건 아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