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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내가 죽은 집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9년 7월
평점 :
이 책은 2011년도에 읽었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빠져들때 즈음이었던 것 같다. <탐정클럽>을 보고 히가시노 게이고에 반했는데, 그때부터 그의 책을 열심히 읽었었다. 가독성이 좋아서 책이 잘 안 읽힌다 싶을때 저자의 책을 읽으면 후딱 한권 읽고 다른 책도 덩달아 가독성이 오르기도 했다.
지난날의 연인이었던 사야카가 찾아왔다. 유년시절의 기억이 없다고 아버지가 남긴 유품속의 열쇠와 지도한장이 혹시 그 기억의 열쇠를 찾는 것을 도와달라고 한다. 이젠 다른 남자의 부인이 되어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가 왜 지난날의 연인이었던 내게 이런 부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따라 나서기로 했다. 모든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은 산골에 자리잡은 집.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듯한 유스케라는 소년이 남긴 일기를 읽게 된다. 살인사건이나, 잔혹한 사건은 없었지만 집안 곳곳에 놓인 것이 어느 하나 버릴것 없는 복선이 된다. 이것이 아마도 히가시노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를 만나기 까지 대놓고 범인을 드러내는 작가는 본적이 없었다. 그리고 사소하게 지나쳐왔던 것이 모두 복선으로 깔아놓은 작가는 본적이 없었다.
어쩌면 나 역시 그 오래된 집에서 죽은 게 아닐까. 어릴 적 나는 그 집에서 죽었고, 그대로 내가 맞이하러 오기를 계속 기다리고 있는게 아닐까. 그리고 누구에게나 옛날에 자신이 죽은 집이 존재하지 아닐까. 그곳에 그저 죽어 있는 자신과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모르는 척할 뿐(p.310)
다시 읽게되면서 뭔가 다른점을 발견했는줄 알았는데, 그 예전에 읽었던 독후감을 꺼내 읽어보니 지금도 이 문장이 마음에 와 닿았다. 잊고 싶었던 기억. 잊은줄 알았던 기억. 하지만 잊을수 없었던 그 기억속에서 사야카는 자신을 만났다. "나는 역시 나일 수 밖에 없다는 걸 믿고 앞으로도 살아가려 한다"는 그녀가 써내려간 그 글... 그녀는 어릴적 그 집에서 알게된 진실속에서 마주한 진실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사야카 그대로 받아들였는지 그 집에서 알게된 진실 속 그녀로 받아들였는지 말이다.
참 마음 아팠던 사연을 머금고 있는 그 외딴집에서 유스케도 사야카도 편안게 잠들길 빈다.